문제는 어떻게 협업하느냐이다.
1776년 발표되어 산업혁명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은 시장의 작동원리를 ‘보이지 않는 손’에 비유한 것이 유명해서 그렇지, 사실 핵심 내용은 분업에 관한 것이다. 즉, 분업이 부를 창출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것을 설명한 책이다. 그러나 지식∙정보가 중요한 시대로 넘어오면서 분업이라는 패러다임은 이제 낡은 사상으로 변해가고 있다. 현대사회가 되면서 기업 간의 경쟁은 격화되었고, 사람들의 욕구도 점점 늘어나게 되었다. 단순히 물건을 빠르고 싸게 만들어내는 것이 정답이 아니게 된 것이다.
컴퓨터 시장의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휘청하던 IBM이 90년대 중반에 다시 재기할 수 있었던 비결은 자신을 ‘컴퓨터 제조업체’가 아니라 ‘통합 솔루션 제공업체’로 정체성을 재정립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단지 컴퓨터를 만들어 파는 것이 아니라, 여러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고객에게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로 변신한 것이 회생 비결이 된 것이다.
사람들은 더 품질이 좋고 더 멋있고 이쁜 제품을, 거기다 그것을 통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제품을 찾게 되었다. 이런 사람들에게 제품을 팔기 위해서는 고객의 니즈를 처절하게 분석해야 하고, 제품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홍보매체(채널)에 대한 이해도 높아야 한다. 그리고 다른 제품과 차별화된 기술을 가진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분야에 전문적인 엔지니어가 필요하고, 기술을 구현할 수 있으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정교한 디자인 과정도 필요하다. 더 퀄리티가 높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협업이 필수요소가 되었다. 협업이 우리 시대의 중요한 키워드가 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많은 공감대가 필요하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다른 분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오랫동안 쌓아왔기 때문에 문제에 대한 접근방식이나 해결방법이 다를 수밖에 없다. 또한 서로의 분야에 대해 모르는 부분도 많기 때문에, 오해에 대한 소지도 많다.
가령, 디자이너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제품을 받아들이는 사용자의 경험이겠지만, 개발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기능 자체가 제대로 구현되는지이다. 디자인적으로는 아주 작은 인터랙션도 개발자에게는 리소스가 너무 많이 드는 작업일 수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한 팀원들의 이해와 공감이 얼마나 잘 이루어지는가에 따라 프로젝트의 성공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협업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협업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기 위해서는 협업을 시작하기 전에 업무절차와 의사결정 구조에 대해 철저하게 토의하여 명확한 기준을 정해야 한다. 미리 기준을 정하면 실제 협업을 진행하는 동안 생길 수 있는 논쟁을 없애고 업무의 진행속도를 높일 수 있다. 또한 사전 토의를 통해 서로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면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과 신뢰감을 쌓을 수 있다. 신뢰감은 상대방을 존중할 수 있게 해 주고,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떻게' 협업하느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