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면, 대지는 짙어진다
늘 같은 자리에 앉아 있는 노인이 있다.
해가 뜨는 아침에도, 해가 진 저녁에도 상관없이
늘 같은 자리에 앉아 있다.
노인이 앉은 자리를 주변으로, 나는 자전거를 타고 오며 간다.
오며 가며 마주치는 그 노인이 어디 사는 누구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아는 것은 그가 늘 그 자리에 있다는 것뿐.
비가 내리면, 노인은 그 자리에 없다.
그가 앉아 있던 자리 뒤편에는
그 대신 비를 맞아 짙어진 이끼 바닥만 있을 뿐이다.
노인은 비와 반대다.
노인이 사라지면, 노인에게 가려졌던 땅이 보인다.
하지만 때론 그 짙어진 바닥이 꼭 그가 땅에 내린 뿌리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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