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나는 늦었다.
운 좋게도 누군가 나가는 자리를 얻어 앉았다.
짙었던 초록이 옅어지며
바닥에 계절이 차곡히 쌓인다.
여름에서 가을로, 가을에서 겨울로.
다시 겨울에서 봄으로 시간이 간다.
매일 뜯기는 일력을 보듯 초조한 마음이 든다.
갑자기 마른하늘에 비가 내리고 곧 해가 쨍쨍히 뜬다.
꼭 여름 같은 소나기가 내리는 가을날,
이내 다시 바람이 분다.
계절은 시간처럼 곧게 흐르지 않는다.
늦게 와도, 결국 제 자리에 머문다.
그러니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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