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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향수집가 Jan 03. 2024

<위시>, 디즈니의 100년을 담아, 별에 소원을 빌어

디즈니 신작 <위시 Wish> 후기와 이스터에그

2023년으로 월트 디즈니가 시작해 후대의 사람들이 이어온 마법의 세계가 100주년을 맞이했다. 그리고 여기, 디즈니의 100년을 담은 <위시>가 우리를 찾아왔다.

 

‘그래, 우리는 디즈니와 함께 자라왔지. 별에게 소원을 빌며.’

 

<위시>를 보고 영화관을 나와 새해를 맞이한 차가운 겨울의 공기를 마시며 든 생각이다. 해외 비평계에서 혹평을 받는다는 소문에 <위시>는 큰 기대 없이 찾아간 영화였다. 하지만 이 영화가 이번 한 해를 밝혀줄 영화라는 직감을 영화 내내 느낄 수 있었다. 그럼 영화의 줄거리는 영화관에서 직접 만나보도록 하고, <위시>에 디즈니가 그려낸 세계의 매력을 풀어보도록 할까.


좌 : 2024.01.03. 개봉한 <위시>의 한국판 포스터 / 우 : 디즈니가 그려낸 100년의 마법 세계가 담긴 <위시> © Disney


디즈니, 100년의 마법 세계를 담아


100주년을 맞이한 기념 작품인 만큼, <위시>에서는 지난 디즈니의 100년을 만나볼 수 있다. 별의 힘을 받아 춤추고 노래하는 꽃과 나무들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떠오르게 한다. 숲 속에서 등장하는 동물들은 <백설공주>가 떠오르게끔 하고, 심지어 그중의 사슴의 이름은 <밤비>이며, 커다란 곰의 이름은 <로빈 후드>에 등장하는 존이다. 하늘을 나는 기계를 발명하기를 꿈꾸는 소년은 <피터 팬>의 복장을 하고 있고, 왕비가 그에게 소개해 주는 소녀의 이름은 웬디이다.


더욱 직접적인 오마주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끊임없는 미소를 짓게 만든다. 빌런 매그니피코가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장면에서 그는 외친다. “누가 세상에서 가장 잘생겼지?” 유리에 거울처럼 반사되는 그의 모습과 함께 나오는 이 대사는 <백설공주>의 빌런 말레피센트가 떠오르게 한다. 염소 발렌티노의 꿈은 <주토피아>처럼 ‘모든 동물이 평등한 세계’라고 한다. 주인공 아샤는 별이 선물해 주는 요술 지팡이를 받고 친구들에게 ‘요정 대모’라는 별명을 받는다. 이 요술 지팡이와 그녀가 입은 망토와 함께, 그녀는 후에 <신데렐라>에 등장하는 요정 대모가 되려나?


마지막으로 별이 날아오르며 영화 속 배경인 로사스의 성 위를 날아오르며 디즈니의 시그니처 오프닝 장면을 떠오르게 만든다. 디즈니는 지난 100년을 <위시> 속에 담아내었다. 해외 비평계에서는 클리셰로 점칠 된 작품에 불과하다는 혹평을 받았다. 하지만 디즈니와 함께 자라온 이들에게 있어 <위시>는 그리운 줄조차 몰랐던 그리운 어린 시절을 담은 이스터에그들을 찾는 매력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위시>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모두 익숙해 보인다. <백설공주>, <밤비>, <주토피아>, <쿵푸팬더>가 떠오른다. © Disney


<위시>, 디즈니의 성장을 담아 


언젠가부터 디즈니는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다. 디즈니의 공주들은 남자를 통해 성공할 기회를 노리는 속물의 상징으로 치부되었고, 디즈니 속 ‘진정한 사랑’은 세상 물정을 모르는 한심한 소원이 되었다. <Mad at Disney>라는 노래에서는 ‘디즈니에게 화가 나, 그들은 내가 별똥별에 소원을 빌도록 속였어’라고 말한다. 그런 비판을 받아들인 것일까, 디즈니는 변화하기 시작했다. <겨울왕국>에는 디즈니 사상 처음으로 진실한 사랑을 한눈에 푹 빠지는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닌 가족 간의 사랑으로 그려졌다. <주토피아>와 <모아나>는 정해진 한계를 넘어 성장하는 자아에 대해 그려내었고, <소울>은 인생의 가치를 찾아가는 여정에 대해 그려냈다.


<위시>에서 또한 성장을 위한 디즈니의 노력이 엿보였다. <위시> 속 배경인 마법의 왕국 ‘로사스’는 현실 세계로 따지자면 난민들의 나라이다. 자신이 살던 곳에서 핍박받고 억압받아 떠나온 사람들이, 자신이 살던 곳이 사라져버려 머물 곳이 없는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진 나라이다. 인종과 종교, 성별,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환영받는 나라인 로사스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실로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담고 있다. 주인공의 친구에게서도 디즈니가 그리고자 한 다양성이 빛났다. 왕실의 제빵사인 달리아는 안경을 쓰고 목발을 짚고 있다. <위시>에서는 그런 그녀의 다양성으로 인한 불편함을 굳이 강조하지 않는다. 그럼으로써 그것이 자연스러운 다양성임을 더욱 잘 보여준다. 그간 특정한 나라를 배경으로 특정한 인종, 문화를 그려왔던 지난 디즈니의 작품들과 다르게 <위시>는 다양성이 돋보인 작품이었다.


절대악이 아닌 사람 냄새나는 빌런으로 등장하는 <위시>의 매그니피코 왕. © Disney


매그니피코 왕과 아마야 왕비 또한 현실에서 한 번쯤 봤을 법한 입체적이고 사람 냄새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매그니피코 왕은 차별을 받고 억압당하는 사람들이 소원을 이루고 살아갈 수 있는, 모두가 환영받는 나라를 세웠다. 도움이 필요한 곳에는 도움의 손길이 갈 수 있도록 힘썼고, 의식주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옷과 먹거리, 그리고 걱정 없이 살아갈 집을 제공했다. 완벽한 왕인가 했으나, 그는 자신이 꿈꾸는 이상적인 나라에 대한 강박감 때문에 서서히 변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결정적으로 사람들이 내는 의견과 그들이 품는 의문을 자신에 대한 모욕으로 오해하여 빌런으로 변해버리고 만다. 그렇기에 <위시>의 빌런은 타고난 절대악이 아니다. 선을 추구했으나 자신에 대한 비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변화하고 성장하는 방법을 몰라 악이 된 존재이다. 아마야 왕비는 <위시> 이야기의 초기 계획 단계에서는 매그니피코 왕과 함께 빌런으로 설정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공개된 작품 속 그녀는 왕이 옳은 길로 갈 수 있도록 그를 붙잡아주는 동반자이자, 불의에 맞서 선을 위해 행동하는 진정한 지도자의 역할로 그려졌다.



별에게 소원을 빌어, 하지만 그 별은 말이지


<위시> 속 로사스의 사람들은 소원을 이루기 위해 매그니피코 왕의 마법에 의존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토록 간절히 바란 소원들은 사실 모두 스스로 이룰 수 있는 소원들이었다. 소원을 빌어온 사람들 본인의 노력으로 충분히 이룰 수 있는 ‘목표’들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이를 그저 마법의 힘으로 한순간에 이뤄지기를 바라며 하염없이 의존하기만 했다. 마법의 힘 없이는 소원을 이룰 수 없으리라 생각하기까지 하며 말이다. 하지만 자신의 소원을 돌려받은 아샤의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지만, 이제 최소한 노력은 해볼 수 있잖아!”
디즈니와 함께 하늘의 별에게 소원을 빌어왔는가? 그렇다면 그 조건이 잘못되었다! © Disney


디즈니 제작 작품의 오프닝에는 늘 새하얀 성 너머로 날아가는 별똥별과 함께 노래 <When You Wish Upon a Star>의 멜로디가 나온다. ‘당신이 별에 소원을 빌 때, 당신이 누구든 상관없이, 당신이 원하는 건 무엇이든 이루어질 거예요.’라는 가사의 이 노래는 디즈니를 보고 자란 이들에게 별에 소원을 비는 낭만을 갖게끔 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앞서 말했듯이 별에 이루어지지도 않는 소원을 비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게끔 했다는 비판을 받고는 했다. 그리고 디즈니는 그 소원을 이루기 위한 조건에 오해가 있었음을 <위시>에서 전한다.


“당신이 누구인지 알고 싶다면, 멀리서 찾을 필요 없어요. (중략) 당신이 누구인지 정말로 알고 싶다면, 당신은 별이랍니다!”


수록곡 <I‘m A Star>에서 별은 바로 ‘당신’이라고 말한다. 간절히 바라는 소원을 향해 빛나는 열정을 품고 그를 이루어가야 할 주체는 우리 자신이라고 말이다. 사람들 대부분이 간절히 바라는 소원은 사실은 목표인 경우가 많다. 그러한 소원들은 우리의 열정과 노력으로 현실이 될 수 있다. 마법의 힘 따위에 의존할 필요 없이 말이다. 그렇기에 디즈니는 전한다. 우리가 밤하늘의 별을 보며 소원을 빌더라도, 우리가 품고 있는 별빛으로 그 소원을 현실로 변화시켜나가야 한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어쩌면 밤하늘의 별은 그저 늘 우리의 곁에서 조용히 함께하며, 우리가 소원을, 꿈을 이루기 위한 열정을 잊지 않도록 도와주는 존재가 아닐까. 그리고 디즈니 또한 우리가 어린 시절의 마음과 꿈을 잊지 않도록 우리를 지켜주는 또 다른 별이 아닐까.




<위시 Wish> (2024)

감독  크리스 벅, 폰 비라선손

출연  아리아나 드보즈, 크리스 파인

제작  월트디즈니 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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