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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향수집가 Feb 01. 2024

영화 <웡카>, 비록 초콜릿 미치광이처럼 보일지라도

<웡카> 후기와 원작과의 비교 및 해석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처음 접했을 때의 환상이 잊히지 않는다. 팀 버튼 감독이 그려낸 초콜릿의 강이 흐르고 사탕 열매가 열리는 나무가 자라는 환상의 나라는 자연스레 아이들을 로알드 달의 원작 소설, 《찰리와 초콜릿 공장》으로 이끌었다. 그렇게 영화와 책을 통해 현재의 20대~30대들은 달콤하고 쌉싸름한 환상의 세계를 보고 읽으며 자라왔다. 그리고 전 세계 20대~30대 중 가장 주목받는 배우 중 한 명인 티모시 샬라메. 그가 주연인 영화 <웡카>가 우리를 다시 초콜릿의 세계로 데려가려 찾아왔다.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과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을 바탕으로 티모시를 좋아한 팬들이라면, 영화 <웡카>는 조금 당황스러운 소식이었을지도 모른다. 그간 티모시가 쌓아온 필모그래피와는 달리 그가 춤추고 노래하는 뮤지컬 영화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개된 <웡카>의 트레일러 속 노래 <Pure Imagination>은 단숨에 우리를 동심의 세계로 이끌어갔다. 이제는 어디서 들었던가 기억도 잘 나지 않는 노래는 무엇인지도 기억나지 않는 추억의 단편이 그리워지게끔 만든다.

 

외국에서 이미 개봉한 <웡카>는 한국을 조금은 늦게 찾아왔다. 갖고 있던 우려와는 달리 해외에서는 꽤 호평을 받은 작품 <웡카>. 그렇기에 더더욱 기대 반 걱정 반으로 기다렸던 티모시의 초콜릿 세계를 함께 맛보도록 할까.


* 본 게시글은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다수 포함하고 있습니다.


좌 : 영화 <웡카> 한국판 포스터 / 우 : 노래하며 춤추는 <웡카>의 주연 배우 티모시 샬라메 (C)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웡카>, 청년 웡카의 성장 일기


<웡카>는 윌리 웡카의 청년 시절 이야기를 그린다. 자신만의 초콜릿 가게를 오픈하는 꿈을 가진 청년 웡카가 마주하는 사건들을 다룬다. 그 점에서 팀 버튼 감독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 (2005)과 차이를 보인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윌리 웡카 씨가 자신 다음으로 공장을 물려받을 아이를 고르는 이야기를 그려낸다면, <웡카>는 청년 윌리 웡카가 어떻게 그의 첫 사업을 시작했으며, 그가 어떻게 자신의 꿈을 이루어나가는가를 풀어낸다.


로알드 달의 원작 소설 <찰리와 초콜릿 공장>과도 차이를 보인다. 비록 치과의사인 아버지와 불화를 겪기는 하지만, 소설 속 윌리 웡카는 부잣집 도련님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웡카>에서는 한 부모 가정에서 어머니와 함께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아이로 설정되었다. 그렇기에 이번 작품 속 웡카는 오로지 자신의 힘과 노력으로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캐릭터로서 그려진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웡카>는 가족영화이다. 달리 말하자면 <웡카>는 어린아이가 봐도 흥미를 느낄 수 있고 이해하기 쉽게끔 설정되었다. 따라서 누군가에게는 너무 달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몇몇 장면은 조금의 유치함과 다소의 과장을 보탠 면이 없잖아 있다. 그렇기에 누군가에게는 달지도, 싱거울지도, 어린아이를 위한 영화로 느껴질지도 모른다. 확실히 앞서 언급한 티모시의 전작과 같은 분위기를 기대하는 팬들이라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또 다음 세대의 어린아이가 꿈꾸게 될 환상의 초콜릿 세계를 생각한다면, <웡카>는 충분히 달콤하고 아름답다. 그리고 너무 커버린 우리 마음속 한구석에 숨겨진 어린아이를 위해 <웡카>가 전하는 다음 메시지는 누군가에게 필요했던 달콤한 자극이자 용기일지도 모른다.


좌 : 꿈을 갖고 도시에 도착한 웡카 / 우 : 웡카가 꿈꾸는 자신의 초콜릿 가게 (C)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비록 누군가에게는 미치광이처럼 보일지라도


<웡카>에서 초콜릿은 마술과도 같으면서 중독적인 존재로서 등장한다. 사람들을 춤추고 노래하게 만드는가 하면, 하늘로 떠오르게 하고 용기로 가득하게 만든다. 하지만 초콜릿을 즐기는 정도가 지나쳐 중독되어 버린 이들은 초콜릿 없이는 정상적인 생활조차 하기 힘들게만 보인다. 웡카도 마치 약에 취해 헛것을 보는 것 마냥 아무것도 없는 길 한복판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하지만 영화에서 웡카가 초콜릿을 먹는 장면은 극히 적을 정도로, 그는 결단코 초콜릿에 중독되어 있지 않다. 단지 초콜릿에 미쳐있을 뿐이다.

 

그의 꿈은 환상적인 초콜릿을 만들어 사람들과 나누는 것. 그렇기에 자신만의 가게를 여는 것을 꿈꾸고 사람들이 자신의 초콜릿을 즐기는 장면을 상상한다. 꿈을 향한 그림을 그리는 그의 모습은 다른 누군가에게는 미치광이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웡카는 단지 자신의 꿈에 미쳐있을 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웡카처럼 무언가에 미쳐본 적이 있던가? 많은 이들은 지금과는 다른, 지금보다 더 나은 자신을 꿈꾼다. 그러나 그 꿈을 향해 미친 듯이 노력하는 이는 보기 드물다.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이들이 그저 꿈을 꾸기만 한다. 하지만 그래서는 꿈은 이루고자 쫓아가는 목표가 아닌 허황한 소원에 불과하게 된다. 꿈을 현실로 만들고자 한다면 꿈 외의 것들은 모르는 사람처럼 그를 향해 달려 나갈 필요가 있는데 말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어쩌면 꿈꾸는 것에 조금은 미쳐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망상에 가득 차 비록 누군가에게는 미치광이처럼 보일지라도. 웡카의 어머니가 이야기한 것처럼, 지금은 허황한 소원처럼 보일지라도 많은 것은 꿈으로부터 시작되니 말이다.


‘Every good thing in this world started with a dream, so hold onto yours. 세상의 많은 좋은 것들은 꿈으로부터 시작되었어. 그러니 너의 꿈을 놓치지 말렴.’

좌 : <웡카>에서 움파룸파로 등장하는 휴 그랜트 / 우 : 웡카를 위협하는 빌런들 (C)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만일 누군가 우리의 꿈을 위협할지라도


그러나 슬프게도 때때로 인생은 영화보다 더욱 씁쓸하기도, 마구잡이로 써 내린 잔혹동화 같기도 하다. <웡카>의 윌리 웡카 또한 그렇게 설정되었다. 로알드 달의 원작 소설 속 부유한 집안을 가졌던 웡카 씨와 달리 <웡카>의 청년 웡카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꿈을 갖고 힘차게 상경한 도시에서는 눈 뜨고 코 베이듯이 순식간에 모든 것을 빼앗겼다. 친절하다고 생각했던 이들로부터는 사기를 당하고, 기껏 판매한 첫 초콜릿의 수입은 압류당한다. 뛰어난 그의 재능을 극찬해 주리라 생각했던 업계의 선배들은 본인들보다 더 뛰어난 웡카를 없애버리려 위협한다.


하지만 웡카는 그렇다고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렇게 간절히 꿈꾸던 세상이 그를 다시 길바닥으로 내쫓을지라도, 마침내 이루었다고 생각했던 꿈이 한순간 재처럼 무너져 내릴지라도, 그는 꿈을 향한 그의 망상을 멈추지 않는다. 그렇기에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와 같이 환상적인 웡카 씨의 초콜릿 공장이 들어서고, 초콜릿 강이 흐르고, 사탕 열매가 열리는 나무가 자랄 수 있었다. 결국 세상은 웡카 한 명 한 명이 모여 변화한다. 그러니 세상에는 정말 당신이 필요하다. 만일 누군가 우리의 꿈을 위협할지라도, 꿈에 미친 미치광이처럼, 또는 세상 물정을 모르는 낙관주의자처럼 앞으로 나아갈 때 비로소 세상은 달콤해질 것이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이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C)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영화 속 경찰서장과 3대 연합처럼 꿈에 중독되어 자신이 가라앉는 줄도, 자신이 흉측하게 썩어가는 줄도 모르는 채 왜곡되지만 않는다면, 우리는 꿈에 미칠 필요가 있다. 비록 다른 누군가에게는 허황한 존재를 쫓는 것처럼 비칠지라도, 그 결과 어떤 새롭고 기발한 초콜릿이 탄생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비록 누군가 꿈을 비웃고 헐뜯으며 우리의 있을 자리를 위협할지라도, 세상에 아는 것이라고는 초콜릿밖에 없어 보이는 미치광이처럼 앞으로 나아가자. 가능하다면 그 과정에서 만나는 이들과 함께 초콜릿 같은 세상의 따뜻함과 달콤함을 함께 나누면서 말이다.




<웡카 Wonka> (2024)

감독  폴 킴

배우  티모시 샬라메

제작  워너 브라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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