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이 꺼낼 수 없던 그 말, 이제는 전해볼까 합니다.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말은 참 간질거리고 쉬이 입 밖으로 꺼내기 힘든 말이다. 누군가에게 전하는 고백도 아닌데 왜 이리 입술이 떨어지지 않는지. 아마 그것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 마음 때문이리라. 그것이 내 속에서 지니는 의미와 가치가 너무도 크고 아름다워서 말이다. 하지만 그 마음에 비해 내가 그를 아는 정도나 그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바는 참으로 부족하기에 좋아한다는 말은 쉬이 꺼낼 수 없는 말이 아닐까.
영화는 내게 그런 아이다. 어릴 적부터 집에 홀로 있는 시간이 많던 내게 텔레비전 영화 채널을 통해 만나는 영화들은 나의 또 다른 세계였다. 여러 감독과 배우, 작가와 제작진이 영상으로 그려낸 수많은 세계를 통해 나는 어린 나이에도 수 백 번의 삶과 수 백 가지의 세계를 경험했다. 영화는 그렇게 친구이자 부모, 선생, 그리고 세상이 되어주었다.
하지만 넓고 깊은 영화의 세계에는 아직도 미처 만나지 못한 작품이 너무도 많고, 이미 본 작품에도 알지 못하는 이야기, 보지 못하고 흘려보낸 장면이 많다. 그렇게 영화가 지니는 의미에 비해 알고 있는 바는 극히 적으며, 과연 그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는가 또한 의문이기에 '영화를 좋아해요'라는 말은 참으로 꺼내기 어려운 말이다.
그렇지만 언제까지 이 마음을 가슴 한 구석에 박아두고 모른 채 할 텐가. 가슴이 아파 차마 말하지 못해 타이밍을 놓쳐버린 옛사랑처럼 흘려보낼 텐가. 그렇기에 부족하다는 걸 알면서도 야금야금 이 마음을 전해보고자 한다. 그러면 나와 같이 이 말을 꺼내지 못한 사람들 또한 이 말을 쉽게 꺼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영화,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