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게시글은 지난 초겨울 작성된 글입니다.
* 본 게시글은 영화 및 드라마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겨울, 노란 조명이 어둠을 포근하게 감싸는 계절이 찾아왔다. 찬바람과 함께 찾아온 해가 빨리 지는 이 계절에는 절로 따끈한 우동 국물이 생각난다. 오늘은 퇴근길의 타코야끼 트럭이 왔으려나 하는 기대로 열심히 주위를 둘러보면서도 차가운 바람에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서두른다.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집에 들어서면 얼른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은 후 따뜻한 노란 조명을 켠다. 그리고는 냉장고에서 맥주 한 캔을 꺼내어 간단한 안주와 함께 할 오늘의 이야기를 고른다. 코 시린 겨울밤, 조용한 집에서 느긋이 술 한 모금 하고자 한다면 《심야식당: 도쿄스토리》가 제격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 《심야식당: 도쿄스토리》 (C) Netflix Korea
‘심야식당’은 이미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베스트셀러로 만화,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로 제작되었다. 영화 <심야식당>과 <심야식당 2>가 있음에 불구하고 이번 계절영화 시리즈에서는 굳이 드라마를 추천하고자 한다. 그 이유는 글의 마지막에서 풀기로 하고, 먼저 심야식당 시리즈의 매력을 맛보도록 할까.
얼굴에 큰 상처가 있지만 알 수 없는 따뜻한 정겨움을 품은 심야식당의 마스터 (C) Netflix Korea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 메뉴의 음식은 일식 된장국뿐이지만, 손님이 요청하는 메뉴는 가능하다면 만들어주는 가게가 있다. 얼굴에 큰 상처가 있지만 알 수 없는 따뜻한 정겨움을 풍기는 마스터(가게 주인). 좁은 골목 안 작은 가게이지만 갈 곳 없는 새벽 시간대에 원하는 메뉴를 찾을 수 있는 가게인 만큼 찾는 사람은 제법 많다. 손님들은 맛난 음식과 함께 기울이는 술 한잔에 자신의 속사정을 풀어낸다. 소박하지만 신선한 이야기들에 단골손님들과 관객은 저도 모르게 먹던 음식조차 깜빡하고 귀를 기울이게 되는 심야식당.
심야식당 시리즈의 팬들에게는 이제는 정겨워진, 어딘가 외롭고 구슬픈 심야식당의 OST와 함께 반짝이는 도쿄의 야경이 비친다. 사람들이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과는 반대로 그제야 개점을 준비해 자정이 되어서야 문을 여는 어두운 뒷골목의 작은 식당. 그렇기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풀어놓는 이야기들은 별 볼 일 없는 이야기들이다.
주요 단골손님들은 뒷골목에서 일하는 사람들. 따라서 사회로부터 ‘별 볼 일 없는 사람’으로 인식되는 이들이다. 도박과 경마에 빠져 사는 백수 아저씨, 선정적이라고 외면받는 직업에 종사하는 이, 눈매가 무서운 야쿠자. 그 외 식당을 방문하는 다른 손님들 또한 주변에서 평범하게 볼 만한 이들이지만 마찬가지로 차마 주변에 말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품은 사람들이다.
심야식당을 찾는 다양한 단골손님들 / 사진 출처 - 씨네21 (c) CINE21 Co. Ltd
사회에서 외면받는 그들의 소소한 이야기는 하찮다. 하지만 그렇게 사람 냄새 나는 삶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에 미소가 지어진다. 어떤 사건도, 어떤 황당한 이야기도, 어떤 별 볼 일 없는 이야기도 그들은 최선을 다해 애를 쓰고 부딪히며 나름의 해결책을 찾아나간다. 그들이 탁월하게 옳은 해결책을 찾아내지는 않는다. 그저 별 볼 일 없는 혹은 너무도 평범한 사람들이 마주한 문제를 어떻게 현실적으로 풀어나가고, 때로는 얼마나 현실적으로 실패하는가를 보여줄 뿐이다.
그렇기에 심야식당 시리즈는 이런저런 일상에 치여 자극적인 스토리와 영상을 접하고 싶지 않은 조용한 밤 찾게 되는 단골 콘텐츠이다. 평범하지 않은 신선한 스토리를 잔잔하게 풀어내는 심야식당. 크게 집중하지 않고도 볼 수 있는 마음에 안정감을 주는 따스한 이야기다. 술 한 잔과 함께 잔잔하게 볼 수 있는 영상이 필요할 때면 생각나는 단골 메뉴이다. 30분이 채 안 되는 에피소드에 맛난 음식에 대한 간단한 소개 코멘트까지 더해지면, 다음 혼술 메뉴도 자연스럽게 정해진다.
사진 출처 - 다음영화 (C) Kakaro Corp. / 넷플릭스 (C) Netflix / 도라마코리아 (C) since 2017 dk rights Co.,Ltd / dorama
심야식당 시리즈
드라마 《심야식당》 시즌 1, 2
영화 <심야식당> 1, 2
넷플릭스 오리지널 《심야식당: 도쿄스토리》 시즌 1, 2
드라마 《심야식당》 시즌 3
심야식당은 한 편 한 편 매번 다른 이야기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옴니버스 형식의 콘텐츠이다. 따라서 드라마와 영화 그 어떤 편도 순서에 크게 관계없이 편하게 시청할 수 있다. 영상 쪽으로는 2009년, 드라마로 시작하여 영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까지 오랜 시간을 거쳐 성장해 온 시리즈이다. 그러니 심야식당 시리즈로의 첫걸음으로는 《심야식당: 도쿄스토리》로 그 매력을 맛보길 추천한다. 2009년의 첫 시즌보다 촬영구도, 영상의 색감, 전반적인 스토리에서 느껴지는 심야식당만의 잔잔함 등에서 가장 담백한 심야식당을 만날 수 있다. 그런 후 영화 <심야식당>, <심야식당 2>, 그리고 드라마 《심야식당》 시즌 1~3으로 나아가면 영상미의 발전을 느낌과 동시에 ‘이 캐릭터에게 이런 이야기도 있었구나’하는 즐거움으로 전체 시리즈를 즐기고 있을 거다.
사진 출처 - 씨네21 (c) CINE21 Co.
무심한 듯 정겨운 마스터가 해주는 따스한 음식에 어울리는 술 한 잔. 그렇게 따뜻하게 배를 채우고 늘어놓는 일상의 푸념, 어디 가서 말 못 할 이야기들. ‘심야식당’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저런 맛난 음식을 먹으며 별 볼 일 없는 나의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단골 식당이 있었으면 하는 로망을 갖게 한다.
그야말로 조용한 겨울밤, 찬바람에 서둘러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하는 그 밤에 따뜻한 음식과 함께 곁들일 추천 메뉴이다.
드라마 《심야식당: 도쿄스토리》 (2016)
감독 마츠오카 조지, 주연 코바야시 카오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