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박한평
저희 집 근처 골목에 코인 빨래방이 생겼어요.
마치 기다려왔다는 듯 그곳은 금세 저만의 아지트가 됐습니다.
주말 낮엔 편안한 슬리퍼를 신고 시원한 음료를 챙긴 후,
다른 한 손엔 빨래를 한가득 들고 빨래방으로 향하곤 해요.
사실, 집안일은 귀찮은 것들 투성이잖아요.
특히 빨래를 한다는 게 무슨 즐거움을 줄 수 있겠어요.
그런데 왠지 코인 빨래방에 가는 길은
콧노래를 흥얼거리게 돼요.
평소에 잘 사용하지 않던 지폐와 동전을 주섬주섬 챙기는 것부터,
빨래방에 가득 찬 건조기 냄새를 맡는 것까지 모든 순간이 완벽합니다.
빨래와 건조까지 다 마무리하려면 한 시간 정도의 강제 대기 시간이 생기거든요.
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까 고민하는 것도 제법 즐거운 일입니다.
집에서 보던 드라마를 이어서 보거나 뉴스를 보기도 하고요.
가끔은 같은 시간에 빨래방을 찾아온 동네 주민분들과 수다를 떨기도 해요.
건조가 끝난 후, 정전기와 열기를 머금은 빨래를 꺼내면
마치 복잡했던 머릿속까지 말끔해진 것 같아 개운한 기분이 들어요.
귀찮음을 주는 일이 설렘이 된다는 건 흔치 않은 경험인 것 같아요.
이번 주말에도 날씨가 좋았으면 좋겠습니다.
시원한 빨래방으로 도망치듯 떠나고 싶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