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는 결혼하고 정말 변했어!]
아들 시우를 재우고 같이 앉아서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아내가 한 말이다. 물론 난 결혼하기 전과 후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다. 결혼 전과 비교해 보면 아내를 향한 애정은 더 깊어졌을지언정 눈에 보이는 정성은 확실히 줄었다. 예전처럼 꽃다발을 자주 사지 않고 편지도 잘 쓰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살이 10킬로 이상 찐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육아까지 하며 스트레스를 한껏 받고 있는 아내에게 정답을 답하지 못한다면 큰 불똥이 튈 것이며 남은 인생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난 이 말을 듣고 나서 여지없이 최악의 답을 해버리고 말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이렇게 답변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1번 예상 답변
<우리갱 왜 그렇게 생각한 거야? 요즘 내가 많이 신경 못 써줘서 그렇지?>
<내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몰라서 그래? 그리고 신경을 안 써주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랬던 거야?>
이건 실패다. 왜 이렇게 내 맘을 몰라주냐며 끝없이 응수할 것이며 신경조차 안 쓰고 있었다며 내 영혼까지 탈탈 털 것이다.
2번 예상 답변
<갱, 난 하나도 변한 게 없어. 언제나 갱이가 우선이고 시우가 두 번째야.>
<아니, 변한 게 없다는 사람이 그래? 왜 오빠는 변해 놓고 안 변했다고 거짓말해? 인지도 못하고 있었던 거야?>
이번 대답도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다줄 것이 뻔하다. 그녀는 변했다고 했고 우선 그것을 인정해야 하는 법이다. 난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답변 이후에 아내가 할 질문들은 날 궁지로 몰아넣기 충분하다.
3번 예상 답변
<요즘 많이 힘들어서 그래? 내가 후딱 와서 바로 저녁 차려줄게.>
<내가 저녁 차리는 거 때문에 이러는 거 같아? 당연히 시우 보느라 힘들지. 이러다가 얼버무리면서 얼렁뚱땅 넘어갈 생각이지?>
어떻게 대답을 해도 공격(?) 당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아내의 말에 대한 해결책을 절대로 내서는 안된다. 내가 겪은 바론 우선 공감을 해야 하며 내가 생각하는 해결책은 필요가 없다. 출제자는 정답을 정해놓고(?) 질문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가 했던 대답은 앞선 예상 답변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형편없었으며 결과는 참혹했다.
*내가 했던 실제 답변
<갱이도 결혼하고 나서 많이 변했잖아>
지금 생각해도 최악의 답변이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하고 앞으로 잘하겠다 해도 모자랄 판에 상대도 변했다고 핀잔까지 준 것이다. 결혼 전, 후 누가 봐도 내가 더 많이 변했으며 지난 시간들을 비교하면서 서운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와이프도 많이 변했다고 하다니. 애초에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고, 대답 직후부터 일방적으로 얻어맞기 시작했다. 결혼 후 느꼈을 아쉬움에다가 아기가 태어나고 느낀 서운함을 더하고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한탄까지. 그녀의 말에는 가시가 한 움큼이었고 온몸이 따끔할 정도로 혼난 것이다. 이번의 경험을 계기로 최고의 답변을 생각해 보았다.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답변
<미안해 갱. 내가 잘 챙겨주지도 못하고. 서운함 안 느끼도록 내가 더 잘할게. 사랑해.>
물론 포옹은 당연히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