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손길

by 돌돌이

[또 글 쓰려고 그러지?]


아내는 이야기하다가 막히거나 본인이게 불리한 상황이 오면 으레 묻곤 한다. 브런치에 쓰고 있는 글들을 읽어 보면서 너무 과장됐으며 자신을 너무 나쁜 쪽으로 몰아간다는 것이었다. 있는 그대로를 적어야 한다며 열변을 토했다.


[그리고 파리 수도랑 일본 수도 맞춘 거는 왜 안 적었어?]


중국의 수도를 상하이라고 말하고 난 뒤에 다른 나라의 수도를 추가로 물어보았다. 일본과 파리의 수도를 맞춘 후에 의기양양해졌지만 독일의 수도는 묵비권을 썼고 네덜란드의 수도는 네 글자가 아니냐며 나에게 되묻긴 했다. 본인이 틀린 것에만 초점을 맞춰서 글을 쓴다고 타박을 한 것이다. 사실 아내는 나보다 똑똑하다. 학업성취 부분에서는 성적이 내가 더 좋았지만 결혼과 육아에선 철저하게 아내에게 주도권이 있다. 사회생활을 내가 더 오래 했고 학교도 더 오래 다녔건만 아내의 센스를 따라갈 순 없다. 특히 집 꾸미기에 한정해 보면 그 차이를 비교조차 할 수 없다. 같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만들어 내는 결과는 어마어마하다.


시우의 개인 스튜디오


아들 시우를 앉혀 놓고 사진을 찍는 공간인데 크리스마스를 맞아 리모델링을 했다. 덕분에 아들의 개인 스튜디오는(?) 시즌마다 약간씩 다른 양상을 띈다. 애초에 아들이 사진을 찍을 공간 자체를 생각해 본적도 없었고 벽에 붙이는 현수막 같은 것의 이름이 가랜드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그만큼 꾸미는 것에 무지하고 크게 불편감을 가지고 살지 않았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나서 아내의 손길로 조금씩 변해가는 집을 보면 확실히 집은 사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예전에 혼자 살 때만 해도 침대와 티브이만 있으면 생활하는데 불편함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집안 곳곳에 아내의 애정 어린 손길이 묻어 있으며 하나하나 그 필요성과 존재감을 느끼고 있다.


크리스마스트리 조명


아직은 미완성인 트리 장식을 거실 유리에 작업하기 시작했다. 작년과는 다른 조명과 방식으로 꾸미고 있는데 덕분에 집이 화사해지고 따뜻해졌다. 나에게 집은 먹고 자는 공간이었던 반면에 아내에게 집은 자신이 생활하는 공간이자 표현하는 공간이었다. 벽에 가랜드를 붙이고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다. 해본 적도 없는 그 행위를 애초에 부정적인 시각으로 들여다본 것이다. 결혼 전과 후의 변화는 아내가 만든 것이다. 별것 아니라 생각한 꾸밈 들 과 집을 조금씩 채워나가는 손길은 내 감성을 키우고 인생에 대한 자세를 바꾸고 있다. 환경이 변화하는 것은 엄청난 변화이다. 좋아하는 기타리스트 사진을 벽에 붙이는 것이 전부였던 철없는 소년은 점점 가족의 따뜻함을 배워가는 것이다. 아내의 손길은 이렇게도 따뜻하다.


물론 내 등짝을 후 두려 팰 때는 누구보다 뜨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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