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중국의 수도는 베이징이야

by 돌돌이

시우를 재우고 나면 아내와 컴퓨터방에서 대화를 주로 나눈다. 힘들게 재운 시우가 깰까 봐 컴퓨터 방에서 문을 닫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대화의 주제는 시우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지만 종종 의식의 흐름대로 대화를 나눌 때 가 있다. 요즘은 MBTI에 빠져 있어서 그것과 관련된 것들을 주로 찾는다. 유사과학과 혈액형별 특징만큼이나 신빙성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재밌게 관련 정보와 글들을 찾아보고 있다. 나는 ENTJ이고 와이프는 ESFP이다. 둘 다 전형적이라고 할 정도로 그 특징에 딱딱 들어맞는데 덕분에 스낵으로 보는 성격 특징부터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MBTI를 해보고 있다. 예전에 유행한 심리 테스트처럼 재미 삼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 중에 서로 질문을 하거나 답변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중국이야기 나와서 내가 물었다.


[갱, 중국 수도가 어딘지 알아?]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는 대답했다.


[상하이]


그렇다. 그녀는 중국의 수도를 상하이로 알고 있었다. 혹여나 기분 나쁠 수 있으니 최대한 배려(?) 하며 대답했다.


[확실히 중국은 상하이가 유명하고 축구 구단도 유명해서 헷갈릴 수도 있겠다. 내년에 올림픽 하는 곳, 베이징이 수도야]


[수도 어딘지 아는 게 뭐가 중요해. 오빠는 내 이야기 하나도 잘 안 듣고 내가 말한 거도 매번 까먹잖아.]


MBTI의 성격별 특징에 대해 웃으면서 대화하다가 갑자기 공격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수도 질문이 그녀의 스위치를 켜버린 것이다. 그냥 베이징이라고 말했을 뿐인데 와이프는 점점 화를 내기 시작했다. 괜히 올림픽 하는 곳이라고 사족을 붙여서 그런가? 물론 내가 어느 한곳에 집중하면 아내가 하는 말이 잘 들리지 않고 그 순간에 한 말도 까먹는 것은 사실이지만 수도를 묻는 대화가 이렇게 돌아가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녀는 더 나아가서 내 행동에 대해 불만을 풀기 시작했다.


[오빠는 티브이 볼 때면 내가 아무리 이야기해도 잘 안 듣고 했던 말 또 하게 하고 왜 그런 거야? 그리고 퇴근하고 돌아오면 시우랑 좀 놀아줘야지. 매번 피곤하다고 졸려 하고 시우는 놔두고 폰 보고 그러잖아. 나중에 시우가 커서 아빠랑 안 논다고 하면 어떻게 할 건데? 그리고 오늘 독감 맞아서 팔 아프다고 했는데 왜 이리 무심해?]


생존을 위한 상납금


난 그냥 수도를 물어봤을 뿐인데... 아내는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점점 더 화가 끓어오르나 보다. 이대로 뒀다간 내가 임신시기 때 못해줬었던 일들과 연애 초기에 했었던 실수까지 전부 끄집어낼 기세였다. 난 부랴부랴 사과를 하고 수도 따위 다 필요 없다고 이야기 한 후에 달달한 과자와 즐겨먹는 보리차를 얼음에 타서 그녀에게 갖다 바치며 흥분을 가라앉혔다.


무언가를 묻는 질문은 조심 또 조심해야지. 하지만 중국의 수도는 베이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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