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고 시우를 재운 뒤에 컴퓨터 방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아내가 정신이 번쩍 드는 대화를 건넸다.
[오빠, 요즘 소화도 잘 안되고 배도 더부룩 하구 머리도 계속 아프고 그러네. 내일 한번 임테기 사서 확인해 봐야겠어.]
소화가 안되고 배가 더부룩하면 소화제를 먹어야 하고 머리가 아프면 타이레놀을 먹거나 쉬어야 할 텐데 왜 임신 테스트기를 사서 확인을 한단 말인가? 앞선 증상들이 이전에 시우를 가졌을 때의 증상이라고 하기엔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누가 봐도 소화 불량에 두통인 것 같은데, 아내의 생각은 달랐다. 임신이라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시우가 태어나고 나서 둘째에 대한 생각을 안 해 본 것은 아니지만, 하나만 낳아서 잘 기르는 게 좋겠다며 합의를 해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만약 둘째를 가진다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아직 어떠한 결과도 나오지 않았는데 난 대화를 나눈 시점부터 걱정과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복기를 해봐도 안전(?) 했었고 아내의 모습을 보니 임신했을 때랑은 차이가 있었다.
단것이 당기고 소화가 잘되지 않는 것은 확실히 임신전 아내의 모습이기도 했지만 평상시에도 소화는 잘되지 않았고 단것은 종종 먹고 싶어 했다. 호르몬의 변화로 생리가 가까워지면서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부쩍 짜증이 심해지고 예민해져서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를 꼬투리 잡고 못살게 굴었기 때문에 임신은 아닐 거라는 판단이 섰다. 정작 임신이 됐을 때엔 이렇게까지 사람을 쥐잡듯 잡진 않았으니까.
다음날, 다이소에서 예전에 사용했었던 임신 테스트기를 샀다. 시우는 엄마 품에 안겨서 방긋 방긋 웃고 있었지만 아내와 나는 긴장을 감추지 못했다. 몇 분 후 아내는 후련한 표정으로 음성(비임신) 임을 알려주었다. 안도를 했지만 조금은 아쉬운 감정도 있었다. 시우가 너무 이쁘고 사랑스러워서 동생도 함께 있으면 덜 심심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시우가 사용했던 물품들을 동생에게 물려주면 된다며 우스갯소리를 했지만, 둘째는 오지 않았기 때문에 말 그대로 농담이 된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내가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은 거의 없다. 특히 육아는 더 그렇고 육아를 하면서 생기는 삶의 궤적 또한 전과는 다르다. 그것이 싫고 나쁘다기보단 예상을 벗어나기 때문에 더 큰 기쁨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기대치 않은 기쁨과 행복은 삶을 더 풍요롭게 해준다. 불행과 슬픔도 마찬가지이다. 오히려 다가올 불행과 슬픔을 알고 있다면 사람은 쇠약해지고 마음 한구석은 문드러질 것이다. 다가올 불행을 인지해 버린 사람은 자신의 삶을 평탄히 꾸려나가기 어렵다. 우리는 다가올 불행을 알지 못하기에 인생을 살아 내는 것이다. 둘째라는 기쁨과 이벤트는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살아가는 내 삶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피임에 더욱더 신경 쓰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