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파업했다

by 돌돌이

동료 결혼식을 포함하여 개인 일정으로 1박2일간 전주를 가게 됐다. 퇴근 후에 집에 와선 설거지와 쓰레기 비우기, 분유 먹이기, 저녁 준비 등의 집안일을 했었는데 일정 덕분에(?)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간 합법적으로 외박을 해버린 것이다. 주말에는 시우를 함께 돌보며 시간을 보냈지만 내가 없는 동안엔 전적으로 아내 혼자서 아들을 돌봐야 했다. 결혼을 하고 나서 한 번도 외박을 한 적이 없었으며 주말엔 항상 함께 하던 육아를 아내 혼자 해야 했기에 아내의 스트레스는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전주에서 아내에게 줄 카카오 프렌즈 인형과 풍년제과 초코파이를 사고 마이산에서 파는 유명한 숙성 꽈배기도 샀다. 여행지에 와서 과소비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여행의 기억은 먹었던 음식들에 비례하며 누군가를 생각하며 산 선물들엔 값을 매길 순 없기에 아깝지 않았다. 토요일 9시가 넘은 시간에 집에 도착해서 아내에게 사 온 인형과 먹을거리를 갖다 바쳤다. 다행히 인형의 선택은 옳았고 내가 사 온 초코파이도 그 자리에서 뚝딱해버렸다. 이틀간 있었던 일들에다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덧붙여서 두 시간이 넘도록 열변을 쏟아내고는 시우가 잠들어 있는 안방으로 들어갔다.


다음날, 시우는 잠에서 깼지만 아내는 비몽사몽한 상태였다. 시우가 밤새 뒤척이며 울다가 깨면서 잠들기를 반복 한 나머지, 아내가 숙면을 취하지 못한 것이었다. 나는 거실에서 따로 자는데 잠이 들면 쉽게 깨지 않고 코골이가 심해서 시우가 태어난 이후부터는 안방에서 퇴출당한 상태였다. 아내는 이틀간 혼자서 시우를 보며 체력이 방전되었던 것이다. 밤새 혼자 시우를 보며 고생한 아내는 아침 일찍 나에게 한마디를 건넸다.


[나, 오늘 파업할 거야. 건드리지 마.]


아내는 일요일 아침 파업을 선언했다. 그녀는 시우를 밤새 달래느라 밀린 잠을 보충해야 했고 그간 외박으로 하지 못했던 시우의 돌봄을 나에게 맡긴 것이었다. 육아는 업무의 연장선이었고 해결되지 않는 시우의 돌발행동은 형벌의 개념이기도 했다. 파업을 했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침대에 누워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지시하고 감독했다. 안방에 누워서 거실에 있는 카메라를 통해서 마이크로 업무를 하달 한 것이다. 파업의 효과를 위해선 완전히 업무에서 손을 떼고 사측(나)에게 알아서 해보라는 식으로 전권을 줘야 하는 것이라며 의견을 제시했지만, 아내는 내가 지시에 따르는 것을 힘들어한다는 것도 완벽히 파악하고 있었다. 사실 내가 하고 있는 행동들이 불만족스러워서 그대로 둘 순 없었다고 한다.


아침 분유를 먹이고 트림을 시킨 후에 역류 방지 쿠션에 눕혀 모빌을 보게 하고 시우가 혼자 모빌과 노는 동안 거실과 방에 청소기를 돌린다. 놀이 공간이 되는 거실의 매트와 장난감들은 아기 전용 물티슈로 닦고 시우를 거실에 출석 시키고 함께 놀아주다가 혼자서 잘 놀면 아침을 챙겨 먹는 것이다. 이러한 루틴을 따르는 도중에 아내는 침대에 누워서 뒹굴뒹굴하다가 배가 고프다며 카톡을 보내왔다.


요구사항만 강요하는 아내


아침부터 짜장면이 먹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짜파게티를 끓여 주겠다 했지만 중국집의 짜장면이 먹고 싶다고 떼를 썼다. 영상통화로 대면하여 협상 하려 했지만 받지 않았다. 파업이라기보단 꼬장(?)에 가까웠지만 첫 파업 중인 아내의 의사를 존중하기로 했다. 24시간 문을 여는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시키고 음식을 세팅하고 나서 아내를 식탁으로 모셨다. 엄마가 방에서 나오자마자 시우가 엄마에게 기어 와서 다리를 안은 것이다. 내가 아침에 분유를 먹이고 자극적으로 까꿍 놀이를 해도 엄마의 등장 한 번으로 내 존재는 사라진 것이다. 매일 봐도 엄마는 좋았고 그런 시우를 안아주며 아내도 파업을 끝내고 다시 엄마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시우 덕분에 파업은 끝났지만 그간 아내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것 같아서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이틀 동안 '혼자' 시간을 보냈을 아내를 생각해서 이제는 함께하는 남편이자 아빠가 되어야겠다. 육아와 결혼생활에 있어서 만큼은 효율을 생각하지 않고 많은 시간을 함께 하도록 노력해야겠다. 그녀가 파업을 하더라도 응원해 줄 수 있는 가장이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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