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기절했다

by 돌돌이

아들 시우가 태어난 지 223일째다. 웃는 시간도 늘어나고 요즘은 옹알이를 하는데 십분 가까이 중얼중얼 거릴 때도 있다. 같이 마주 보고 대화를 나누려 하면 배시시 웃는데 내 아들이라서 그런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약간의 반응만 보여도 입안이 다 보이도록 해맑게 웃는데 일할 때 틈이 나면 아들 사진을 보며 힘을 내기도 한다. 그만큼 내 삶에서 시우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시우가 태어나기 전에는 인생의 기준은 '나' 였고 방향도 내가 정했다. 지금은 시우가 태어나기 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가족과 함께 하고 있으며 혼자서 보내는 자유시간이 줄었지만 크게 불만은 없다. 그만큼 아기와 보내는 시간은 즐겁다.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부모의 모습은 여전히 부정적이지만 그들의 삶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들을 보면서 행복을 느끼고 함께 울고 웃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육아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주말에 반나절 정도 시우를 혼자 본 적이 있었는데 얼마나 힘들던지. 우는 이유를 모르니 우는 이유를 추론해가며 원인을 제거하기로 했다. 배고파서, 기저귀가 축축해서, 장난감이 부족해서, 엄마의 부재 등 내가 생각하는 범위는 한정적이었고 그 원인들을 하나씩 제거해도 시우는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유튜브에서 핑크퐁 동요를 틀어서 아들의 분노를 누그러뜨렸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이런 아들을 밤 낮으로 돌보고 있는 와이프가 존경스럽다. 아들이 울면 원인을 찾아서 제거하는 것이 첫 번째가 아니라 안고 달래줘야 한다는 말에 뒤통수가 얼얼했다. 이렇게 이과스러운 사고체계로 아이를 대했었으니 그렇게 울고 보챘지. 그런 초보 아빠 곁에서 나를 살포시 안아 주며 미소 짓는 시우가 대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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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아내는 기절했다. 시우를 돌보며 육아를 전담하던 아내도 철인은 아니었으며 점점 피로가 쌓였고 결국 아들과 시간을 보내다가 그대로 잠이 든 것이다. 여전히 아들은 주변을 헤쳐가며 장난감 사이를 돌아다니고 있었지만 와이프는 불러도 미동을 하지 않았다. 얼마나 피곤했으면 엎드린 채로 잠이 들었을까? 아내를 깨워서 침대에서 자라고 이야기하기엔 너무 곤히 자고 있었다. 잠드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예민한 성격의 아내가 저렇게 바로 잠들어 버릴 정도니 얼마나 피곤했단 말인가? 저 정도면 기절했다고 해도 무방할 테다. 그래도 주말엔 내가 있어서 같이 시간을 보내며 집안일도 함께 하지만 평일에는 옹알이를 하루 종일 하는 시우를 혼자 감당해 내야 한다. 반나절이 고작이었던 초보 아빠는 200일이 넘는 시간을 단둘이서 보낸 육아 전문가인 아내에게 무한한 존경과 경의를 표한다.


'여보 내가 이번 주말에 다시 한번 시우 혼자서 볼게. 대신 핸드폰은 알람으로 해줘. 언제 전화를 할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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