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통잠 교육

by 돌돌이

아들의 코에서 그르렁 거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토요일에 바로 소아과에 가서 호흡기 약들을 처방받아 왔고 먹였지만 크게 효과는 없었다. 숨쉬기가 힘들어서 그런지 아들은 도통 잠을 잘 생각이 없다. 시우가 잠투정을 1시간 가까이하며 계속 울자 거실에 있던 나도 참을 수가 없었다. 우리 집은 아내가 도맡아서 아들을 재우기 때문에 주말에 낮잠 한두 번을 제외하곤 아들의 수면은 아내가 총괄하고 있다. 참고 참다가 안방에 들어가 아내한테 말했다.


[시우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우는데, 어디 불편해서 그런 거 아니야? 잠 안자면 내가 그냥 안고 돌아다닐까? 잠 안 오는데 억지로 재우려 하니 더 짜증 내는 거 같은데?]


[조용히 하고 나가]


[아니 시우가 지금껏,,,]


[어서 나가라고!]


격양된 목소리로 아내에게 이야기했지만 아내는 단호하게 나가라는 말만 하고는 시우를 재우기 위해 토닥거려가며 그녀만의 루틴을 따르고 있었다. 그녀의 매섭고 사무적인 태도에 조금은 삐진 채로 안방에서 나와버렸다. 내 목소리와 아내의 목소리가 들리니 아들은 울음을 그치고 두리번거리는 듯했다. 안방은 조명을 꺼둔 어두운 공간이므로 내가 방문을 여는 것만으로도 빛이 들어오기 때문에 시우의 수면에 방해된다는 것이 아내의 의견이었다. 나 또한 시우가 한 시간이 넘도록 우는데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안절부절 할 수밖에. 병원을 가야 할지, 아니면 조금은 더 데리고 놀아 줘야 할지 고민을 했던 것이다. 이렇게까지 심하게 잠투정을 한 경우는 예전에 콧물로 심하게 고생했을 때 말곤 없었다. 그리고 10분이 더 지나고 시우의 울음소리가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아내에게 난 카톡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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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reenshot%EF%BC%BF20220110%EF%BC%8D012517%EF%BC%BFKakaoTalk.jpg?type=w1 아내와의 카톡


사실 아내가 시우를 재우고 나서 컴퓨터방에 오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길어야 20분이었다. 이렇게 시우가 크게 울고 힘들어하고 아내도 힘들어하니 평소처럼 글을 쓰거나 기타 영상을 보면서 시간을 보낼 순 없었다. 한 시간 동안 아들이 우는소리와 아내가 달래는 소리를 들으며 거실에 우두커니 앉아있었다. 결국 아내는 시우를 재우는 인간승리를 보여주었고 카톡을 주고받으며 '도와주는 것은 간섭하지 않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 시켰다. 혹여나 아프거나 불편한 구석이 있을까 오지랖에 달려 들어갔지만 아내는 시우를 컨트롤할 완벽한 계획과 기준을 갖고 행동하고 있었다. 그런 계획에 '아빠'라는 존재는 시우의 밤잠을 깨우는 악의 축(?) 이었다. 잘 때만큼은 내 존재가 필요치 않은 것이다.


아내는 예전부터 시우가 밤에 통잠을 잘 수 있도록 다방면에서 수면 교육을 공부하고 적용하여 지금의 통잠 패턴을 완성 시켰다. 오히려 내가 하는 돌발행동은 시우의 수면 패턴만 무너뜨릴 뿐이다. 이날 밤 시우는 열 번도 넘게 끙끙거리며 울면서 아내와 나를 깨웠다. 나야 거실에서 따로 있지만 아내는 아들을 옆에 두고 자기 때문에 제대로 잠도 못 자고 피로는 쌓이고 밤새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내일 점심엔 꼭 시켜 먹으라고 카톡을 보내야지. 내 카드를 사용 하란 말도 덧붙여서. 졸리고 지친 몸을 이끌고 아들을 보면서 밥도 제대로 못 먹을까 봐 걱정이다. 시우야 엄마 말씀 잘 들어야 해. 엄마 속 썩이지 말고. 대신 아빠 말은 좀 안 들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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