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버섯전골이 먹고 싶어

by 돌돌이

보통 우리 집에서 먹고 싶은 음식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주로 아내이다. 나는 우선 가리는 음식이 없고 집 밥과 배달음식을 포함하여 어떠한 요리와 식품들도 맛있게 먹는다. 정수기를 최근에 설치하면서 자연스럽게(?) 컵라면 소비가 많아져서 너무 행복하다. 라면을 좋아하지만 아내는 라면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정수기를 설치하기 전엔 자주 먹지 못했다. 좋아하는 컵라면을 자주 먹어선지 요 근래엔 특히 땡기는 음식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 머릿속에서 한 음식이 떠올랐고 아내에게 이야기했다.


[갱, 버섯전골 먹고 싶어.]


[시켜 먹으면 되지.]


[집에서 만들어서 먹고 싶어.]


시우가 저녁을 차리는 것을 용납하지 않고 수시로 방해를 하기 때문에 주로 배달음식이나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식단 위주로 저녁을 때우고 있었다. 그런데 손이 많이 가는 버섯전골이라니. 우선 재료를 사기 위해 장을 봐야 하는데 아들의 투정 때문에 쉽지 않다. 아들이 울지 않을 법한 시간에 장을 봐야 하는데 겨우겨우 장을 보더라도 재료를 손질하고 요리를 만드는 것도 일이다. 내가 재료를 다듬고 버섯전골을 만든다고 했지만 시작부터 정리까지 아내는 차라리 시켜 먹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못을 박았다. 이유 없이 떠오른 버섯전골은 벌써 내 온몸 구석구석 혈관을 따라 흐르는 것만 같다. 버섯이 진하게 우려낸 육수에다가 소 불고기와 각종 버섯을 겹겹이 쌓아서 참소스에 찍어 먹을 생각을 하니 겨우내 움츠린 내 몸뚱어리가 상상만으로도 일어설 것만 같다. 단지 그냥 먹고 싶다고 생각을 벗어나서 내 모든 정신은 버섯전골에 꽂혀 있었고 밤을 새워 가며 버섯전골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육수를 미리 만들어야 하고 소불고기 양념을 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전골의 키포인트였다. 이 글을 쓰는 시각은 새벽 3시, 주말에 낮잠을 너무 자서 일요일에 잠 못 드는 직장인의 넋두리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난 버섯의 식감과 국물의 얼큰함에 취해 다른 것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이쯤 되면 다른 음식으로 교체하거나 버섯전골을 무르는 것은 불가능 한 일이다. 아내는 내가 무언가를 먹고 싶다고 하거나 하고 싶은 게 있다고 이야기하면 그냥 하라며 수긍해 버린다. 평상시에 고집부리는 것이 없고 특별히 자기주장을 하지 않지만 그런 내가 하고자 마음먹으면 꼭 해야만이 직성이 풀리기 때문에 아내는 투덜거리며 수긍을 한 것이다.


퇴근과 동시에 야채가게에서 각종 버섯을 샀다. 마트에서 소 불고기를 샀고 양념이 되어 있는 것을 사서 양념에 대한 부담을 해결 한 것이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샤워를 하고(내시경실에서 일하고 나서부턴 집에 도착하자마자 샤워를 하는 습관이 생겼다.) 아내는 아들에게 이유식을 먹이고 목욕을 했다. 그동안에 나는 각종 재료와 버섯들을 손질해서 전골냄비에 채워 넣기 시작했고 육수(조미료)를 우려냈다. 손질한 버섯들과 알배추, 청경채와 파를 넣고 마지막에 소고기를 올리고 끓이기 시작했다. 말로 하니 간단하지만 실제로 해보면 손이 많이 갔다. 거품을 국자로 걷어내며 육수가 끓어넘치지 않게 수시로 불을 조절해야 했다. 처음 이쁘게 담아 놓은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그냥 너저분한 전골의 모습만 있을 뿐이었다.


KakaoTalk_20220124_222127099.jpg?type=w1 버섯전골 made by me


비록 모습은 이러하여도 맛은 대만족이었다. 배추가 단맛을 만들어 내선지 국물은 달달했고 조미료가 만든 육수는 보이는 모습과는 다르게 깊은 맛을 내주었다. 거창한 한 끼를 먹고 나서 만족스럽게 배를 두드리고 있는데 아내가 한마디 했다.


[오빠 너무 잘 먹었어. 요리도 너무 잘하고 정말 멋진 거 같아. 이제 앞으로 저녁은 오빠가 담당하면 되겠다.]


결론이 그렇게 되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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