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의 자기 전 루틴

by 돌돌이

우리 부부의 자기 전 루틴이 있다. 바로 맞고를 치는 것이다. 나는 거실에서 자고 아내와 아들은 안방에서 잔다. 아들을 위해 거실에도 매트리스를 깔아 놨는데 덕분에 나름 허리에 부담 없이 잘 자고 있다. 주말에는 안방의 침대 매트리스에서 낮잠을 자는데 눕자마자 바로 잠들어 버린다. 안방은 암막 커튼이 빛을 완벽하게 차단해서 수면을 위한 최적의 공간으로 만들며 폭신한 매트리스가 온몸을 감싸 안으며 내가 맨정신으로 누워있는 것을 용서치 않는다. 수면을 위한 최고의 공간을 만들어 놨지만 나는 거실에서 자고 있다. 우리 부부가 각방을 사용하기 시작한 이유는 내 코골이 때문이다. 같은 공간에서 자고 일어남을 반복하다가 아내가 임신을 하고 나서 모든 것이 예민해지고 잠도 제대로 못 자는 상황이 오면서 거실에 나와서 자기 시작했다. 내가 살이 쪄서 예전보다 더 코를 고는 것이 주원인이었지만 일이 고된 날엔 평소보다 더 우렁차게 코를 곤다고 한다. 아내는 그것에 대해 내색하지 않고 참고 지냈던 것이다. 코 고는 소리를 찍은 아내의 영상을 보소 나서 아내에게 사죄를 표하고 각방을 쓰기 시작했다.


연애를 할 때면 밤늦게까지 같이 있다가 집에 들어가서 페이스톡을 하면서 맞고를 치곤했다. 지금은 시우가 깰 수 있기 때문에 맞고만 같이 치고 있다. 점당 3만 원으로 치는데 꽤 많은 게임머니가 오고 간다. 내가 아내의 돈을 다 따면 아내는 자신의 돈을 찾아올 때까지 끝내주지 않는다. 잠은 오고 눈이 감겨도 강제로 맞고를 쳐야 하는 것이다. 어쩔 때는 자면서 친 적도 있었고 그대로 잠이 든 적도 있다. 아내는 안전을 추구하는 타입이었다. 나와 압도적인 차이가 나면 go를 해도 되지만 당장 먹을 것이 없어서 위험하다며 stop을 한다. 나는 맞고에서 하는 미션은 꼭 하려 하고 three go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과감하게 go를 한다. HIgh Lisk High Return의 전법으로 아내는 나한테 꾸준히 올인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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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더 포악해지고 본성이 드러나기 전에 다시 돈을 잃어줘야 한다. 헛된 패를 내기도 하고 돈을 잃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지는 것 또한 쉽지 않다. 맞고는 내가 이기려고 애를 쓰면 돈을 잃고 따려고 노력하면 돈을 잃었다. 도박이 그렇다기보단 인생이 이런 걸까? 내가 무던히도 애를 쓰고 잡으려고 노력할 때는 되지 않던 것들이 막상 포기를 하고 오히려 마음을 내려놓으니 더 잘 풀릴 때가 많았다. 아내에게 돈을 잃으면서 내 게임머니는 사라 졌지만 아내의 기분을 풀 수 있었고 가정의 평화를 지킬 수 있었다. 내가 잡기 위해 노력했던 게임머니는 아내의 기쁨과 교환이 가능한 것이었다. 내가 모아온 게임머니가 사라지는 슬픔은 아내의 기쁨에 비하면 비할 바가 아니니까.


물론 다음엔 봐주지 않고 올인 시켜 버리겠어.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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