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내는 잔소리를 할까? 그냥 내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럴까? 난 잔소리에 대한 내성이 낮다. 그만큼 잔소리를 들으면 온몸에 힘이 빠지고 점점 듣다 보면 화도 나고 약도 오르고 기분도 상한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아내는 내가 한 마지막 한마디가 기분이 나쁘다며 몰아붙인다. 내가 생각하기엔 별말 아니고 의미도 없는 말이지만 당사자에겐 기분이 나쁠 수 있을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적당히 잔소리를 해야지 그렇게 모난 소리는 정말 듣고 싶지 않다. 알아서 잘하면 되는 거 아니냐며 말은 쉽게 할 수 있지만, 나름 노력을 해도 잔소리는 줄어들 기미가 없다. 예전보다 변했다며 혼내는 거부터 내가 시우 빨래를 널 때마다 왜 시우 양말이 하나씩 없어지냐며 잔소리를 하는 것까지.
시우랑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고 폰만 보는 것 같다고 해서 2022년을 기점으로 집에 와서 핸드폰을 보는 시간을 확실하게 줄였다. 시우가 자기 전까지, 폰을 거의 보지 않았고 대부분 시우랑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주말에도 온전히 가족과 함께 보내고 있으며 평일에도 가능하면 반차를 써서 가족과 카페를 가고 산책을 다니며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고 있다. 이번 주는 5일 동안 3일을 반차를 써서 가족이 외식도 하고 이쁜 카페에서 사진도 남기며 시간을 보냈다. 워라벨의 전형적인 삶을 꾸려나가는 것과는 별개로 아내의 잔소리는 여전하다. 오히려 더 늘었다고 하는 게 맞다. 시우랑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나서부터 아빠인 날 보기만 해도 웃어주며 반겨주지만 아내는 다른 수많은 트집거리를 잡아서 나에게 압박을 준다.
내가 하는 게 못 미더울 수 있겠지만 사람이 변화하고 발전을 하고 있으면 칭찬을 해야 한다. 그런데 다른 일로 혼을 내고 잔소리를 하니 맥이 빠지고 오히려 하던 일도 하기가 싫어진다. 내가 그렇게 부족한가 하고 생각해 보기도 했지만 나 또한 가족을 위해서 희생하는데 왜 잔소리를 이렇게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일을 마치고 피곤해서 잠이 오는데 매번 졸려 한다고 뭐라 할 때는 정말이지 나도 매섭게 쏘아붙이고 싶다. 일이 많고 고되니까 졸리고 피곤해 하는 건데 내가 살이 쪄서 운동을 안 해서 그런 거라고 단정 지어 버리니 화가 날 수밖에. 아내의 말이 백번 옳다고 해도 나는 상처받는다.
아내가 자주 하는 말 중에 하나는 '왜 이렇게 변했어'이다. 근데 나도 변한 것을 인정한다. 방귀를 뀌는 모습은 연애 때는 못 봤는데 결혼하면서 왜 이리 자주 뀌고 수시로 뀌냐며 핀잔을 준다. 왜 밖에서 방귀를 뀌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단다. 사람이 없어서 뀌는 것일 뿐인데 아내는 변했다고 한다. 고기를 먹은 날은 보통 때보다 방귀를 뀌는 횟수가 잦아지고 냄새도 좀 독해지는데 아내의 핀잔은 더 해진다. 나도 참다 참다 한마디 하면 그날은 한바탕 목소리가 커진다.
[갱이도 방귀 뀌잖아. 그리고 갱이도 예전보다 변했어. 예전에는 나한테 이렇게 잔소리하지 않았잖아.]
[예전엔 오빠가 이렇게 하루에도 몇 번씩 방귀를 뀌었었어? 방귀는 그렇다 치고 내 말도 잘 안 들어 주잖아. 연애 때는 내가 이렇게 잔소리를 할 필요가 없었어. 오빠가 '갱 내가 할게' 하면서 다 맞춰 줬으니까. 이게 다 오빠 때문이야.]
오늘도 우리는 사소한 일들로 다퉜고 난 결국 참지 못하고 장문의 카톡으로 내 고통과 심적 부담을 토로했다.
내가 저렇게 장문으로 카톡을 보내는 일이 자주 없었는데 진지하게 카톡을 보내니 아내도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다. 물론 아내의 카톡 답장은 순순히(?) 수긍을 한 듯해 보였지만 여전히 화가 덜 풀린 상태였고 우린 오징어 회와 모듬회를 먹는 것으로 화해를 하며 합의를 했다.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여전히 아내는 잔소리를 하고 있으며 여전히 나는 변명을 하며 집에서 방귀를 뀌었다.
아이유의 '잔소리'라는 노래 가사가 귀에 쏙쏙 박히는구나.
하나부터 열까지 다 널 위한 소리
내 말 듣지 않는 너에게는 뻔한 잔소리
사랑해야 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
내 말 듣지 않는 너에게는 뻔한 잔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