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질문은 객관식이 아닌 서술형이다.

by 돌돌이

돌잔치를 하기 위해 이모저모 알아보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코로나 시국에 가족끼리만 할 건데도 해야 할 것은 많았다. 문제는 이러한 선택의 과정에 내가 하는 역할은 딱 하나였다. 결제다. 결재가 아닌 결제. 값을 치르는 행위가 내 일의 전부이다. 돌잔치를 생각했었던 곳이 예약이 꽉 차버려서 아내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처음에 내가 추천했던 곳에는 시간대가 괜찮아서 그곳에서 하기로 했는데 이번에는 돌 상을 준비해 주는 곳과 연락이 잘되지 않았다. 부산 시내에서 돌 상으로 유명한 곳이었고 개인이 운영하는 듯했는데 워낙 예약전화와 문자가 많이 와서 답변이 늦는단다. 아내는 확실하게 확정 문자와 협의가 진행되지 않았다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


[아니, 5시 전에 전화 준다 했는데 6시가 넘었는데도 아직 연락이 없어.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데도. 예약을 확인해야지 드레스도 정하고 시간도 맞추지.]


씩씩 거리며 화를 내고 있는 아내의 폰으로 답변 기다리고 있다며 업체 사장님께 문자를 보냈다. 돌 상을 준비해 주는 사장님은 예약이 밀려있어서 순차적으로 답변 문자를 준다고 답이 왔었고. 2시간을 기다린 끝에 예약이 확정되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그제서야 아내는 기분이 풀렸고 이야기를 좀 더 부드럽게(?) 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아내는 스냅샷을 찍어줄 곳을 정하기 위해 자신이 보내준 3곳 중에 어떤 곳이 제일 마음에 들었는지 물었고 나는 살기 위해 대답했다.


KakaoTalk_20220208_004900761.jpg?type=w1 앙다문 입에서 느껴지는 고집. 엄마의 성격도 닮은 아들들.


[oo 여기는 무난해서 좋은데? xx 여기는 자연스러워서 느낌이 좋네. ++ 여기는 실외가 장점인 거 같고 갱이는 어디가 좋아?]


사실 이렇게 얼버무리며 이야기하는 이유는 아내는 이미 선택을 내리고 나서 나에게 묻기 때문이다. 수리영역 객관식 문제와도 같은 그녀의 질문은 그녀의 기분에 따라 주관식이나 서술형도 될 수 있었다. 확실한 건 그녀의 마음에 드는 정답이 있다는 뜻이고 정답으로 향하는 문제풀이 과정 또한 맞아야 했다. 결국 자신이 낮에 보내준 3곳은 전부 마음에 들지 않았으며 사하구 소띠 맘 단톡방에서 추천해 준 업체를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럴 거면 왜 나한테 물은 거지? 애초에 3지 선다였는데 서술형으로 문제가 바뀐 것이다. 그렇게 스냅샷 업체도 선정을 했고 남은 것은 돌잔치 때 자신이 입을 드레스를 준비하는 것이었다. 여기서도 역시나 3지 선다 문제가 출제되었고 이번에도 정답은 내가 본 적이 없었던 새로운 옷이었다.


[갱, 이 옷은 아까 보여주지도 않았었잖아?]


[사실 이거 맨 처음 보고 혼자 생각하고 있었던 건데 생각해 보니 보여준 옷들보다 이게 이쁘고 평상시에도 입을 수 있는 거 같아서 선택했어. 이쁘지? ]


답정너는 그래도 답이라도 있지. 애초에 답을 찾는 것이 불가능한 이런 질문은 어떻게 해야 할까? 결혼식 때 입은 한복은 어떻냐며 살짝 의견을 제시해 봤지만 돌아오는 건 핍박과 비난이었다. 애초에 내 의견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자신의 선택에 대한 호응의 정도와 내 반응을 보기 위해 질문 한 것이었다. 그녀가 신발과 시우 돌 반지, 돌 상의 종류를 선택할 때도 난 의견을 내지 않고 그녀의 말에 동조하고 반응했다.


[와, 갱 이 신발 너무 이쁘다. 깔끔하게 세련되고 정장 스타일이라 더 그런 거 같아.]


[와, 갱 이 반지 진짜 귀엽다. 시우가 끼면 너무 심쿵이겠는데?]


[와, 갱 돌상 너무 선택 잘했다. 꽃도 그렇고 우리가 선택한 곳이랑 너무 잘 어울리겠다.]


 서술형 문제 속에서 살아남은 나에게 큰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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