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시우처럼 어느 순간엔 굳건히 일어설 수 있을거라고

by 돌돌이

잠이 오지 않는다. 커피 때문에? 일을 안 해서? 아무튼 누워서 뒹굴뒹굴하며 폰만 들여다보는데 문득 나라는 존재를 생각해 본다. 눈을 살짝 감고 선잠이 들었는데 갑자기 눈을 뜨고 나서 느끼는 감정은 허무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분명 난 기억도 없이 아무런 느낌도 없이 30분을 보낸 것이다. 이것이 죽음의 느낌이라면 정말 죽는다는 것은 영원히 자는 것이라는 말이 와닿는다. 꿈을 꾸지 않고 인식하지 못한 채 시간이 흐른 것이다.


난 책임져야 할 아내와 아들이 있고 토리도 있다. 이렇게 내가 사라지고 죽는다는 가정을 하면서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걸까? 사는데 정답은 없지만 죽음을 인지하며 매 순간 이번이 마지막인 것처럼 처절하게 살아갈 수도 있고 죽지 않을 것처럼 영원을 바라보며 모든 삶을 새롭게 시작할 수도 있다. 죽음이라는 위대한 발명품은 내가 지금 보내고 있는 순간이 영원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한다. 내가 있는 공간에서 발버둥 치게 만든다. 이런 고민과 저런 고민들을 하면서 요즘 따라 죽음이 두렵다고 하니 아내는 이렇게 대답했다.


[오빠. 우선 매일 보는 철학 유튜브를 그만 봐. 매번 그거 보고 혼자 밤에 적어가며 심각하게 고민하고 그러잖아.]


[그거는 그냥 재미로 보는 거니까. 죽는다는 생각이 드니까 무기력 해지는 거 같아. 내가 없으면 시우랑 갱이는 잘 지낼 수 있을까?]


[아이고 오빠가 덜 힘들어서 그렇구나. 자 이제 시우랑 둘이서 2시간만 딱 놀아 줘봐 그런 이야기 나오는지. 우선 시우랑 같이 놀아 주다가 밀린 설거지랑 빨래 한 다음에 그런 생각에 나는지 한 번 더 이야기해 보자. 오빠가 지금 편하니까 배부른 소리 하는데 내가 그 마음 싹 고쳐줄게.]


KakaoTalk_20220208_213940392.jpg?type=w1 태어난지 41일 된 시우


믿기지 않게도, 시우랑 한 시간을 최선을 다해서 놀아 주면서 이런 고민들은 내 머릿속에서 날아갔다. 아들은 잘 생각이 전혀 없었고 그리고 가만히 앉아있을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리모컨을 입으로 빨고, 전자레인지 버튼을 가서 누르고, 똥을 싸고, 오줌도 싸고, 앉아있는 내 다리를 지지대 삼아 일어나서 액자를 무너트리고, 침을 흘리면서 장난감을 빨고, 이유식을 뱉어내고, 웃다가 울기도 하면서 자신이 아기라는 것을 끊임없이 증명을 했다. 아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죽음이라는 두려움과 공포는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아들은 내가 하는 걱정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몸소 보여 주고 있었다. 최선을 다해 기어 다니고 일어서고 넘어지고 울다가 웃으면서 자신을 봐주지 않으면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KakaoTalk_20220208_220520069.jpg?type=w1 일어서고 싶은 시우


아들은 최선을 다해 넘어지고 일어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앉아서 걱정하고 있는 나를 일으켰다. 끊임없이 세상을 바라보며 매일 보던 일상을 새롭게 만들고 무언가를 저지르고 있었다. 자신의 자리가 어디에 있든 놀이감을 찾아 떠나며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있는 아들. 아들의 도전은 내가 하고 있는 걱정과 고민이 얼마나 쓸모없는 것인지 느끼게 해주었다. 시우에겐 그런 걱정의 시간은 사치였다. 애초에 그런 고민을 할 필요도 없었다. 세상은 재밌는 놀이터고 재미가 없으면 새로운 놀이를 찾으면 되니까. 끊임없이 추구하며 자신의 눈앞에 있는 것을 용기 있게 먹어보고 밟아보고 만져서 인지하고 있었다. 시우가 준 깨달음을 간직한 채 설거지와 빨래를 보통 때 보다 열심히 했다. 아내의 명령 하달이(?) 이뤄지기 전에 스스로 일을 찾아 하면서 내가 해야 하는 것들을 찾기 시작했다. 시우처럼 끊임없이 찾다 보면 답이 나올 거다.


나도 시우처럼 울다가 웃다가 어느 순간엔 굳건히 일어설 수 있을 거라고 믿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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