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보다 더 사랑스러운 아내

by 돌돌이

코로나에 확진되고 금요일부터 지금까지 아내는 혼자서 시우를 돌보고 있다. 아내가 주말을 기다리는 이유는 내가 육아를 분담할 수 있으며 기본적인 일들을 편하게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생리현상 같은 것들. 엄 껌(엄마 껌딱지)가 되어버린 아들은 엄마가 눈앞에 사라지면 우렁차게 운다. 아내는 맘 편히 화장실도 가지 못하고 시우를 돌보고 있었다. 아들의 낮잠 시간이 아내가 밥을 먹는 식사 시간이고 혹여나 시우가 깨면 핑크퐁 유튜브를 틀어 놓고 해야 할 일들을 했다. 아직 돌이 지나지 않은 아이에게 유튜브 영상을 하루 내내 보려줄 순 없는 노릇이기에 아내는 재빨리 할 일을 마무리한다.


하루 내내 방 안에서 컴퓨터를 보고 핸드폰을 보며 시간을 낭비하며 보내고 있다. 시우를 돌보지 않고 주말을 보낸 것이다. 자가 격리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아들의 소리가 들리는데 들여다보지 못하는 것은 참으로 고역이다. 그리고 간간이 들리는 시우의 울음소리와 달래는 아내의 분주한 목소리를 들으면서 얼마나 육아가 힘들고 지치는 일인지 몸소 깨닫고 있다. 퇴근 후에 설거지나 기타 집안일을 도와주기라도 했지만 지금은 오롯이 아내가 다 전담해서 하고 있다. 한 번씩 화장실을 갈 때 슬쩍 아들과 아내를 보지만 3일이 지나고 나니 아들은 내 존재에 대해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Screenshot%EF%BC%BF20220227%EF%BC%8D191046%EF%BC%BFKakaoTalk.jpg?type=w1 놀다가 지친 시우


벌써 아빠를 잊으면 안 되는데. 지난 설동안 함께 하면서 쌓아놓은 라포가 이렇게 3일이면 끝나는구나. 하지만 아내는 아빠 어딨냐며 영상통화를 해주고 아빠 목소리도 안에서 들려주라고 오더를 낸다. 눈앞에 있는 아들을 보지 못하니 더 속이 타들어 가지만 아내가 시우를 놀아주는 소리와 시우가 웃는 소리가 들리니 기분이 한결 편하다. 아내는 너무 힘들다고 나에게 이야기하면서도 그 힘든 일을 척척해내고 있다. 이렇게 나 혼자서 편하게 있어도 되는 걸까? 아내는 자가 키트에서 음성이 나왔으며 백신도 3차까지 맞은 상태였지만 시우에 대한 걱정이 제일 컸기 때문에 난 문을 닫은 채 방안에만 박혀 있다.


Screenshot%EF%BC%BF20220227%EF%BC%8D235813%EF%BC%BFKakaoTalk.jpg?type=w1 치료 중에 최고는 금융 치료


치료 중에 최고는 금융 치료라고 했던가? 아내에게 내가 가진 돈을 입금해 주었다. 매일 먹는 4000원짜리 연유 라테를 한 달만 먹지 않아도 아내에게 추가로 용돈을 줄 수 있었다. 그 정도로 쪼들리진 않지만, 아내가 청년희망적금을 들 수 있는 조건이 되기 때문에 매달 넣을 적금 비용을 마련하기 위하여 긴축재정을 하고 있었다. 아내 또한 알고 있었으므로 나에게 특별한 요구나 부탁은 하지 않고 있다. 우리 집은 경제권을 관리하는 것은 나지만 소비는 아내가 결정한다. 어처구니없는 것들이나 장난감을 몇 개씩 연달아 살 때 말고는 특별히 제재를 가하지는 않는다. 그만큼 아내는 우리 가족의 경제 사정에 맞게 가정을 꾸려 나가고 있다. 시우가 태어나고 나서 아내가 더 사랑스러워졌다. 예전만큼 스킨십을 하고 데이트에 시간을 보내진 않지만 고마움과 사랑의 감정은 날로 커지고 있다.


결혼 전의 아름답고 풋풋한 아내의 모습은 육아전쟁 속에서 찾을 순 없다. 하지만 결혼 전의 모습보다 지금의 아내를 더 사랑한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셋은 하나이기 때문에. 물론 토리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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