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지하철역에서 장애인 단체의 출근길 시위로 기사와 뉴스가 난 적이 있었다. 난 부산에 살고 있으며 지금은 지하철이 아닌 자차와 버스로 출근을 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에 지하철을 이용해서 통학을 했었고 출근을 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지하철이 평소 시간보다 늦게 온다는 그 압박은 나 또한 공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흔히 이야기하는 비장애인의 범주에 들어가기 때문에, 장애인들의 불편감은 직접적으로 경험할 순 없다. 일간지와 각 포털의 댓글들을 보면 생각보다 많은 댓글에서 장애인 단체의 출근시간 단체 행동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아 보인다.
여당의 대표가 언더도그마라는 표현을 썼다. 이 표현이 장애인 단체 시위에 적합한지는 개인차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이 단어가 나올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선했다. 드라마에선 부자는 악하게 나오고 가난한 자는 선하게 나온다. 재벌집은 언제나 싸우고 관계가 뒤틀려있지만 가난한 집안사람들은 너무나 화목하고 서로를 위할 줄 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강자는 악하고 약자는 선하게 표현한다. 부자가 탐욕스럽고 부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것처럼 나오고 가난한 자는 자신도 헐벗으면서 남을 도우는 역할을 맡는다. 애초에 이분법은 세상을 쉽게 볼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는 것은 어렵다. 그런데 이러한 이분법(편견)은 우리가 살면서 틀렸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 눈으로 보여도 애써 모르는 척 넘어갈 수도 있고 관점이 닫혀서 더 이상 생각의 변화가 이뤄질 수 없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정말로 부자들이 악할까? 내 주변에는 부자들이 많지 않지만 그렇다고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들 또한 없다. 그런 부자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에게서 악함을 느끼거나 탐욕을 느낀 적은 없었다. 그냥 보통의 삶을 살고 있고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존재하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이 선하다고 느꼈을까? 아니, 그렇지 않다. 매너가 없고 목소리가 크고 무례한 사람들은 부자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이다. 우습게도 가난하고 자신이 약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또한 무언가를 얻기 위한 방법을 배워온다. 대부분 우리가 불법이고 민폐라고 생각하는 범주의 것들이지만 그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왜냐고? 자신들이 약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장애인을 보는 시각은 누구나 다르다. 장애인의 반대말은 비장애인이다. 정상인이라는 답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답을 한다고 해서 그들의 삶을 부정해선 안된다.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무시하고 억누르려 하면 그 사람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예전에 재활병원에서 일할 때였다. 다리가 불편한 환자가 있었다. 학교를 가지 않고 재활치료를 하고 있었고 어머니는 정성을 다해서 재활 시간이 끝나도 함께 걷기 연습을 하며 회복을 돕고 있었다. 점심때 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문을 닫으려는데 저 멀리서 환자와 어머니가 오는 것을 봤었다. 그리고 큰소리로 이야기했다.
[OO 님 빨리 오세요. 엘리베이터 닫힙니다.]
불편한 몸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열심히 걸어오는데 엘리베이터 열림 버튼을 누르고 있는 건 문제도 아니다. 그리고 그 환자의 팔을 잡고 함께 걸어서 엘리베이터에 탈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빨리 오라고 말하느냐고? 간호는 개인의 회복을 돕는 것이지 직접적으로 개인이 성취할 수 있는 것들을 대신해 주는 사람이 아니다. 특히 재활 영역에서는 환자 스스로의 마음가짐과 역할이 중요하다. 환자와 엄마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서 나는 또 이야기한다.
[스퍼트 모릅니까. 또, 또 애니메이션 본다고 재활 시간 맞춰서 늦게 천천히 준비한 거 아니에요? 퍼뜩퍼뜩 준비해서 새로 온 틸트 테이블 써야 한다고 그렇게 이야기했는데!]
내가 그들에게 빨리 오라고 한 것은 더 빨리 엘리베이터까지 올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OO 이와 보호자였던 어머니는 나를 좋아했다. OO 이는 오래 걸으면 발이 아프고 불편하지만 병실에서 엘리베이터까지는 빨리 걸을 수 있는 사람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발이 느리면 더 빠르게 나서야 하고, 몸이 불편하면 준비 시간이 오래 걸리기에 더 일찍 일어나야 한다. OO 이는 이런 내가 하는 이야기를 비장애인의 차별적인 발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1년 가까이 라포를 형성하고 남자 간호사에 형의 이미지가 있어서 더 잘 따라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어머니는 나에게 항상 고맙다 했었다. 입원치료가 끝나고 나서 외래를 통해 재활치료를 받으러 올 때마다 내가 있는지 확인하고 매번 요구르트를(비싼 윌로) 사주고 가셨다.
장애가 있는 사람을 그대로 인정을 하고 그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리 사회의 역할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비장애인들의 희생을 담보로 해선 안된다. 내가 불편하니 너도 불편함을 느껴 봐라는 식으로 가버리면 갈등만 부추길 뿐이다.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는 시기엔 이렇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시위와 과격한 표현도 충분히 효과가 있겠지만 그로 인해 피해를 받은 사람들이 가질 편견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 OO의 어머니는 퇴원 전날에 OO를 있는 그대로 봐줘서 고맙다고 했었다. 연민의 눈빛이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이야기해 줘서 너무 고마웠단다.
P.S - OO어머님은 내가 했던 말중에 이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었다.
[선생님은 머리 한번 이쁘게 꾸미려고 30분 일찍 일어나서 드라이도 하고 왁스도 하거든. OO이도 꾸민다고 해서 나처럼 잘생긴 외모는 안되겠지만 좀 일찍일어나서 재활치료 가면 이쁜 ㅁㅁ쌤이 널 더 좋아하지 않을까?]
그 이후부터 OO 이가 그렇게 자주 씻고 머리도 빗고 드라이도 하고 다녔단다. 그런데 난 그렇게 이야기했던 기억이 없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도라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