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의 선배님 호칭에 관하여

by 돌돌이


8201c325654141f2a5cf5e5f56eb9aa9.jpg?type=w1


SNS에서 돌아다니는 짤방을 보다가 빵 터져 버렸다. 가수나 연예인들은 자신보다 일찍 데뷔한 사람들에게 깍듯이 선배라는 호칭을 붙여야 하나보다. 간호사들은 1년 차 건 20년 차 건 그냥 선생님으로 부른다. 나도 10년이 되었지만 신규 선생님한테 반말을 하지 않고 선생님으로 호칭한다. 학생간호사 선생님이라고 호칭을 하지 내 맘대로 친하고 어리다고 해서 편하게 반말하고 호칭하진 않는다. 친해지고 편해지면서 사석에서는 편하게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 직장 내에서는 이름과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붙여서 사용하는 것이다.


예전에 설리가 SNS를 통해서 배우 이성민과 같이 사진을 찍은 사진을 올리며 이성민 씨라는 호칭을 한 적이 있다. 나는 그런 그녀의 당당함과 호칭에 대한 태도에 감명받았다. 역시나 불편한 사람들은 이성민이 당신의 친구냐며 댓글을 달았지만 OOO 씨가 그렇게 기분 나쁜 표현이었을까? 하물며 당사자들은 사석에서 만나고, 사진을 같이 찍고, 호칭을 허하고 친한 관계인데도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은 SNS에 가서 댓글로 악플을 단다. 이성민을 사랑하는 사람이든, 설리를 싫어하는 사람이든 간에 그녀가 했던 그 씨라는 단어 하나를 제물 삼아 자신의 불편함을 털어놓는다. 그 직업과 연관도 전혀 없지만 연예인이기 때문에 악플을 달아도 되는 건 아니다. 특정업을 일찍 시작한 사람에게 선배라는 호칭을 꼭 붙이는 것을 봐야 직성이 풀리나 보다. 내가 좋아하는 대상이 선배라는 호칭을 듣지 않는 것에 대해 참지 못하는 이유는 무얼까?


연예인들이, 특히 아이돌 가수들은 자신보다 조금이라도 일찍 데뷔한 가수들에게 선배님이라며 깍듯이 경어를 써가며 굽신거리는 모습이 나만 어색하진 않을 것이다. 아이돌이나 신인 가수들은 유명 가수들의 팬덤과 대중들에게 미움받지 않고 타깃이 되지 않기 위해 호칭이나 태도를 더 조심하는 것 같다. 그 선배라는 가수들이 직접적으로 해코지를 한다기보단, 그 팬들이 자신들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배님이라는 존칭을 쓰고 있다. 그 결과, 비발디까지 선배님이 된 것이다. 방송에서는 자신보다 1년이라도 일찍 데뷔한 아이돌 그룹을 호칭할 때마다 깎듯이 선배님, 선배님 하며 극존칭을 쓴다. 가수라는 직업의 특성상 반드시 써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먼저 데뷔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범접할 수 없는 계급이 언어로 형성된다.


과거에 문익환 목사의 아들인 배우 문성근은 강호동이 진행했던 토크 쇼인 무릎팍도사에 나와서 아버지 이야기를 하면서 문 목사라고 호칭했다. 자신의 아버지인 것이지 영상을 보는 사람들에겐 아버지가 아닐 것이며 대중적으로도 문익환 목사라는 호칭이 더 익숙해서이기도 하다. 이렇게 대중을 대상으로 철저하게 호칭을 할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그들이 선배님이라는 호칭을 쓴다는데 뭐라 할 수 있나. 대신 굽신거리며 낮은 자세로 자신을 표현하고 그 선배라는 사람을 띄우는 행동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설리의 당당하고 주체적인 모습이 보고 싶다. 동등한 관계라는 것은 인기를 먹고사는 그들에겐 존재하지 않은 걸까?


P.S - 참고로 저는 사진 속 그룹의 이름도 모릅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돈을 모으는 법을 공부하면서 내 삶을 돌이켜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