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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열의 표절에 대하여

by 돌돌이

덕분에 좋은 음악가를 알게 되어서 고맙다. 야마시타 타츠로라는 일본 가수의 명곡들을 듣고 있다. 그의 높은 안목과 초이스는, 내가 몰랐던 일본의 유명 가수들의 곡들과 80, 90년대의 명곡들을 듣게 만들었다. 내가 그간 좋아했었던 장르나 분위기는 일본에서 건너 왔던 거다. 노래가 비슷할 수 있고 참고할 수도 있다. 나도 기타 솔로를 연주할 때는 고대로 베끼기도 하고 약간만 바꿔서 연주하면서 재미를 느끼니까. 하지만 그걸 가지고 창작이나 작곡이란 단어를 쓰지 않는다. 창작자의 고통과 노력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https://youtu.be/_8ky5lnnQb4


새벽까지 유희열이 작곡한 표절 의혹곡들을 비교해서 듣다가 야마시타 타츠로의 fragile이라는 곡을 대놓고 그냥 가져다 베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노래의 분위기도, 반주도, 템포도 그냥 시원하게 베꼈다. 두 노래를 동시 재생을 해도 불협화음이나 어긋남이 없었고 오히려 노래가 풍성해지는 느낌이다. 이렇게 위화감 없이 가져다 쓰면서 레퍼런스니 참고니 이딴 소리는 하지 말았어야지. 야마시타 타츠로라는 일본의 유명 가수와 이렇게 콜라보를 진행할 줄은 몰랐다. 야마시타 타츠로가 이걸 들었으면 어떻게 생각했을까? 그리고 작곡을 하는 사람들이 유희열이 대놓고 베끼는 것을 몰랐을까?


음알못이고 내가 사용한 프로그램은 기타 프로가 전부인 내 생각을 말해 본다. 아마도 원곡을 켜놓고 키를 낮추거나 높이고 코드를 몇 개 바꾸었을 거다. 코드톤만 살짝 바꿔주고 전체적인 분위기는 고스란히 가져다 쓰는 거지. 하모니카나 약간의 변주를 주어 자신의 곡이라고 내놓았을 것이다. 흔히 기타 커버를 하거나 솔로잉 연습을 할 때 원곡을 틀어 놓고 애드립을 넣는다. 노래의 템포를 바꾸거나 코드톤만 변형을 주면 얼추 비슷하지만 새로운 느낌이 난다. 그런데 이걸 편곡이라고 하지 작곡이라고 하지 않는다. 유희열은 천재 작곡가라는 타이틀은 유지하면서 수많은 명곡들을 듣고 베껴가며 곡을 만든 것이다.


https://youtu.be/FnoooWDzbcM


유희열이 작곡한 김장훈의 '난 남자다'라는 곡도 산타나의 기타 솔로곡인 Europa의 시작 부분과 똑같다. 처음에 듣자마자 산타나의 유로파를 떠올렸다. 하지만 표절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노래의 분위기도 다르고 진득한 블루스를 넣은 재밌는 곡이라 생각한 것이다. 유희열이 이곡을 만들 때엔, 산타나에 대한 오마주나 헌정의 개념을 넣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라디오에서의 멘트들은 그들이 해온 표절에 대한 태도를 알 수 있게 한다. 죄의식 없이 행해지고 있는 레퍼런스는 언급도 하지 않고 공개적인 공간에서 웃고 떠들면서 이야기를 한다. 그들은 표절에 관대했으며 잘못이라고 생각지도 않았다. 생각해 보면 누군가의 노래를 바탕으로 새로운 곡을 만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P.S

유희열이 '숨어있는 명곡을 찾아서 편곡하여 내곡으로 만들기'라는 영상 강의를 만든다면, 그간 벌어온 저작권 이상으로 수익구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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