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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의 글쓰기와 지금의 글쓰기

by 돌돌이

2년 전쯤, 글 하나를 올리는데 걸리는 시간은 두 시간 남짓이었다. 특정 주제를 가지고 어떻게든 글을 쓰려고 안간힘을 썼던 기억이 난다. 신문의 칼럼을 흉내 내고 있었고 서론, 본론, 결론을 맞춰 쓰기 위해 4개의 문단으로 글을 쓰곤 했다. 그리고 마지막 문단에는 하고 싶은 메시지를 넣었다. 일상의 경험 속에서 무언가를 캐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단순히 있었던 일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내가 느낀 감정의 변화를 기록하는 일은 일기보다 고되다. 지금은 어떨까? 시간을 재어 보면 1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맘먹고 쓰면 30분이면 글 하나가 완성이 된다. 오탈자 확인과 탈고에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크게 시간이 늘거나 줄진 않는다.


그때에 비해서 현재 쓰는 글들은 세련되지도 않고 누군가에게 큰 영감도 주지 않는다. 오히려 결론도 흐지부지하고 의견보단 개인의 감정에 초점을 맞춘다. 전달하고픈 메시지를 넣어서 맛있게 글을 쓰는 것이 내 글쓰기의 목표였다. 나름의 의견을 담아서 결론으로 묶어서 글을 쓰다 보니 뻑뻑한 호밀빵을 먹듯이 목이 멘다. 이런 뻑뻑함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에겐 공감을 줄 순 없었다. 길에 채이는 돌도 쓰임이 있지만, 딱딱하고 재미없는 글은 길가의 돌보다도 쓰임이 없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내가 가진 생각을 느낀 바 그대로를 옮기고 있다. 덕분에 문어체 형식의 글들이 점점 구어체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보다 내 글이 나아졌다거나 좋아졌다고는 말 못 하겠다. 예전에 썼던 글들을 보면 시간을 갈아 넣어서 목소리를 만들어냈기 때문에 글과 문체엔 힘이 있었다. 지금처럼 30분도 안되는 시간에 흰 여백을 채워내는 스킬은 없었지만, 오히려 사유의 깊이는 그때가 더 깊어 보인다. 익숙하고 쉬운 단어를 사용하면서 표현이 단조로워지고 개성이 없어지고 있다. 개성 없는 것도 개성이라지만, 마냥 쉽게 읽히고 내용이 없는 글들을 쓴다고 생각을 하니 입맛이 쓰다. 지금처럼 점심시간에 짬을 내어 쓰고 다듬는 일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만큼 나에게 글을 쓰는 시간은 수고로웠으며, 내 기준에선 성스러운 작업이었다. 남이 보지 않더라도, 퇴근 후에 글을 쓰는 시간이 그만큼 소중했다. 습관과 꾸준함은 이런 고질적인 집착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장소를 변경하고, 시간을 바꿔도 글을 쓰는 습관은 유효했다.


무언가를 창조해 내는 작업은 힘들고 고되지만 창작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이 크다. 그리고 결과물이라는 큰 기쁨도 있기 때문에 글 쓰는 일을 포기할 수 없나 보다. 지금은 읽는 것보다 쓰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독서의 중요성은 두 번 말해 입 아프지만, 그만큼 쓰는 시간도 소중하다. 뜬구름 같았던 내 생각들을 정리하는 시간이 된다.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꾸준히 계속하다 보면, 지금보다는 더 유쾌하고 가벼워질 수 있을 것이다. 개성이 없어질 만큼 아주 쉽게 간결한 글을 쓰고 싶다. 그만큼 내 글이 쉽게 읽히고 누구에게나 편하게 다가갈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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