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실세

by 돌돌이

아들이 목감기로 고생하고 있다. 열은 38.6도까지 올랐고 해열제를 4시간 간격으로 투여하다가 효과가 없어서 성분이 다른 해열제를 2시간 간격으로 투여하고 있다. 아파도 약과 우유를 잘 먹던 시우는, 손도 대지 않고 좋아하는 과자도 먹지 않고 있다. 삼키는 순간 통증을 경험하니 침도 삼키지 않고 그대로 뱉어내는 것이다. 매번 활기차게 웃어주며 유튜브 영상을 보며 춤을 추던 시우가 힘없이 앉아있는 것이다.


이따끔씩 목이 아픈지 걸걸한 목소리로 엄마 아빠를 부르기도 한다. 물을 줘도 먹지 않고 고개를 젓는다. 그만큼 삼키는 게 아픈 거겠지. 일요일에 하는 소아과에 가서 한 시간을 넘게 기다려 진료를 보고 약을 받아왔다. 아내가 소아과에서 순번을 기다리고, 나는 아들과 함께 차에서 핑크퐁 유튜브 영상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시우는 장난감 핸들도 좋아하지만 실제 차량의 핸들을 가지고 노는 것을 참 좋아한다. 실제 핸들을 돌리면서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을 보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낸 것이다. 영상을 보면서 통증도 잊고 멍하니 티비를 보았지만 평소엔 길어봐야 30분이 유튜브를 보는 시간의 전부였지만 아프고 나서부터 하루 내내 티비를 본 것이다.


어젯밤에 시우를 재웠는데 20분 단위로 깨고 앉는 것을 반복했다. 자신의 코막힘과 목 아픔을 표현하면서 아빠를 찾는다. 깰 때마다 눕혀주고 안고 토닥여 주느라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코가 막히고 숨쉬기가 어려워서 일어나고 우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다. 9시부터 아침 7시까지 깨고 자고를 반복했다. 다행히 시우는 웃으면서 엄마를 맞이했다. 그리고 나는 내리 3시간을 뻗어버렸다.


시우는 목감기로 인해 삼키지 못하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그래도 물과 부드러운 식빵을 삼킨다. 평소 같았으면 과자를 보면 달려들고 우유를 그 자리에서 다 먹어야 하지만, 아주 천천히 조금씩 먹는 모습을 봤다. 아들이 그래도 호전되고 열이 내려가서 안심이 된다. 목에서 코로 증상이 바뀌면서 아내는 내일 다시 병원에 가 보겠단다. 내가 밤새 잠 한숨 자지 않고 시우를 돌보고, 아침에도 우유 먹는 모습을 안쓰럽게 보고 있으니 아내는 한 마디 한다.


"오빠 간호사 맞아? 병원에선 아픈 사람들 훨씬 더 많이 보잖아?"


시우는 내 아들이다. 남이 아픈 것과 힘든 것을 공감할 수 있겠지만, 자식이 아픈 모습을 보니 마음이 찢어질 것 같다. 차라리 내가 아프면 이렇게까지 괴롭진 않은데, 힘들어하며 아빠를 찾고 안아달라고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눈물이 나온다. 시우를 안은 채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니까 아내가 말을 잇는다.


"오늘 열도 내리고 이제 괜찮아지는데, 오빠가 매번 안아주고 해달라는 거 다해주니까 오빠한테 가서 징징거리잖아."


시우는 엄마한테 안아달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나한테만 안아달라고 한다. 무게도 무게지만, 엄마는 안된다고 냉정하게 이야기한다. 아빠는 해달라는 대로 티비도 틀고 폰도 주고 정수기 버튼도 누르게 해주니, 시우는 뭔갈 하고 싶으면 나한테 온다. 그다음 아내 눈치를 보는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땐 아버지에게 거칠게(?) 훈육을 받았다. 이런 어린 시절을 보내고 나니 자식이 태어나면 절대로 때리거나 거칠게 대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말 안 듣고 시우가 심하게 꼬장을 부리면 아내는 엉덩이를 팡팡 두드린다. 나는 그러한 두드림 조차하지 않고 안아주니 시우 입장에선 무조건 아빠한테 온다. 내가 하는 행동이 교육적으로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건 알고 있다. 그런데 아들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데, 어떻게 혼내고 뭐라 할 수 있을까. 이래선 도치 대디를 벗어날 수 없다. 아내와 동일하게 표정으로 위엄을 보이고 안된다고 똑 부러지게 말해야겠다.



P.S

엄마가 과자를 주지 않으니 나에게 와서 과자를 달라는 아들. 물론 아내가 줘도 된다는 오더가 떨어졌을 때만 아들에게 과자를 주고 있다. 아들아, 우리 집 실세는 내가 아니라 엄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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