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싸우는 이유

by 돌돌이

아내와 말다툼이 잦아졌다.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목소리가 커지고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것이다. 보통 아내의 불만을 듣다가 나도 참지 못하고 화를 낸다. 아내는 예전엔 자신이 하는 불만이나 투정을 다 받아 줬는데, 결혼을 하고 시우가 태어나면서 변했단다. 나도 아내에게 예전엔 나를 존중해 줬는데 왜 이렇게 나를 막대하냐며 쏘아붙인다. 시간이 지나고 서로를 편하게 생각하면서 상대에 대한 고마움을 잊고 자신의 목소리만 내는 것이다. 풀고 맞춰가야 할 숙제라는 것은 알지만, 싸움 당시에 느끼는 감정 소모와 이후에 느끼는 상처는 쉬 가시지 않는다.



아내에게 '세상엔 당연한 것은 없다'라는 말을 종종 한다. 아내는 내가 출퇴근을 하고 집에 와서 집안일을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할 때가 많다. 사실 가장의 역할이고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가족을 위해 노력하는 나를 인정해 주거나 존중해 주지 않으면 일이 고되게 느껴진다. 어린이집을 다녀와도 체력은 여전한 시우를 돌보느라, 아내도 체력과 기력을 소진하고 있다. 요즘은 성장통과 이앓이 때문에 새벽에 자주 깨서 울다가 잠들기 때문에 시우의 수면을 책임지는 아내는 새벽에 몇 번이고 깬다. 아내가 출근하는 나를 위해서 밤에 잠을 뒤척이며 시우를 돌보는데 나는 그 고마움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다. 서로가 본인이 더 힘들다고 생각하면서, 사소한 일에도 불만이 터져 나온다. 우리는 양보를 하지 않고 싸울 때가 많아졌다.



아침 7시에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하는데, 안방에 아내와 아들이 깰까 봐 조용히 준비를 한다. 아들이 새벽에 한 번씩 뒤척이고 울기 때문에 아내는 새벽에 시우를 달래며 늦게까지 함께 잔다. 나는 평소에 아침을 먹지 않지만, 이날따라 배가 너무 고파서 식탁에 놓여있는 빵을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으려 노력하며 먹었다. 퇴근 후에 아내는 내가 아침에 빵 봉지 여는 소리가 시끄러워서 시우가 깼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아침을 먹지 않고 출근을 하다가 어쩌다 한번 배가 고파서 빵을 먹었는데 그 소리가 시끄러웠단다. 그 이야기를 듣고 왜 그렇게 서러웠는지 모른다. 그냥 우유를 하나 들고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면서 빵을 먹어도 되긴 했다. 출근 시 차량으로 이동하면 되지만 시우가 예방주사를 맞는 날이나 아내가 약속이 있으면 쓰지 않는다. 버스를 타도 직장까지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불편함은 없지만, 집에서 밥도 못 먹고, 차도 못쓰니 허무하게 느껴졌다. 아침에 출근하기 전에 집에서 빵 하나도 못 먹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내가 이야기하는 말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냥 대답하기 싫다고 이야기했다.



아내는 지금 당장 풀지 않으면 안 되는 성격이다. 나는 불만이 있어도 화가 사그라질 때까지 기다린다. 물론 표정과 행동에서 티가 나기 때문에 내가 화난 것을 아내도 알고 있다. 아내는 자기가 뭘 그렇게 잘못했냐며 자신의 불만을 쏟아낸다. 나도 이때다 싶어서 내가 하고 싶은 말들과 불만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밥을 차려 주라는 것도 아니고, 아침을 매일 먹고 가는 것도 아닌데, 배가 너무 고파서 빵 먹다가 소리가 났다고 타박을 들어야 하냐며 쏘아붙였다. 시우가 푹 자야 하고 본인도 새벽에 몇 번을 깨서 피곤하다고 아내는 이야기한다. 그럼 아들을 내가 같이 재우고 함께 자겠다고 하니 그건 또 싫단다. 일하고 와서도 피곤하다고 종종 이야기하는데, 잠까지 재우면 피곤하다는 이야기만 할 거란다. 나도 퇴근 후에 집안일을 하고 함께 시우를 돌보고 있으며 와이프 혼자만 힘든 게 아니라고 이야기해버렸다. 점점 감정싸움으로 번지게 된 것이다. 사실 양보하고 사과하면 끝나지만 내가 쌓였던 서러움은 말 한두 마디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난 정말 화가 나거나 이야기하기 싫으면 말을 아끼거나 다음에 이야기하자고 한다. 감정적으로 이야기하면 거친 언행이 나올 수 있으니 참고 진정되고 나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아내는 당장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답답하는 타입이라서 감정을 해소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내가 바로 불만을 바로 이야기해 버리면 그날은 크게 싸움이 나는 것이다. 서로 잔소리를 하며 냉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싸우는 것이 좋은지, 그냥 조용히 지나가는 것이 좋은지 잘 모르겠다. 서로가 서로를 위해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를 알아야 하는데, 그 고마움이 당연함으로 변하면서 다투게 되나 보다. 아내는 모르는 남자와 함께 평생을 살 결심을 한 것이다. 그런 나를 믿고 따라와 준 아내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익숙함에 젖어서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그녀를 모른 채 했다. 나는 이렇게나 철이 없고 어리다. 언제쯤 어른이 돼서, 아내를 품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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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아내는 이제 구평동 션이니, 최수종이니 이런 말은 하지 말란다. 션과 최수종이 기혼 남성의 삶을 어렵게(?) 만든 것은 엄연한 사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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