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배운다.

by 돌돌이

아들 시우의 모습을 보면서 여러 가지 감정을 느낀다. 또 다른 내 모습이고 내 어릴 적 모습이라고 생각을 하니 귀엽고 우습다. 시우가 병원에 입원한지 4일이 넘었지만 여전히 원장님을 보면 울먹거린다. 친해질 만도 하고 적응할 만도 한데 여전히 무섭나 보다. 차가운 청진기를 자신의 가슴과 등에 들이대고 입안을 이리저리 들여다보는 원장님은 시우에겐 두려움의 존재다. 하얀 가운의 강렬한 기운 때문일까? 간호사 선생님을 볼 때면 방긋 웃어주며 손도 흔들어 주지만 원장님을 보면 숨기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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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두 손을 문틈에 대고 원장님이 오는지 호시탐탐 보고 있다. 평소 같았으면 복도를 활보하고 뛰어다녀야 하지만, 원장님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화들짝 놀란다. 시우에게 병원은 무서운 곳이다. 주사를 놔서 아프게 하고, 입을 강제로 벌리고 코를 들추면서 강제성을 띤 검사를 하게 하니 싫을 수밖에. 두렵고 무서워도 아들의 탐험은 계속된다. 간호사실을 두리번거리기도 하고, 자신을 보고 웃어주는 간호사 선생님에게 인사를 하기도 한다. 수액을 들고 오는 간호사 선생님을 보면 울먹거리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적응하고 있다. 퇴원 날에도 시우는 의사선생님을 보고 울먹거렸다. 자신을 아프게 하지 않지만 한번 뇌리에 박힌 기억은 쉬 가시지 않나 보다.


아들에게 더 좋은 기억과 추억을 심어 주고 싶다. 시우는 알게 모르게 주변의 모습을 보고 듣고 느끼면서 체득하고 있었다. 순간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판단은, 아들의 삶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병원에 입원하고 나서부터 시우에게 간식도 자주 주고 핑크퐁 유튜브도 자주 보여줬다. 할 게 없어서 보여준 것도 있지만, 몸이 아파서 병원에 오더라도 좋아하는 것들은 할 수 있다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다. 물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그만두게 하거나 자제 시키면 꼬장도 부리고 생떼를 쓰기도 한다. 그런데 단호한 표정으로 안된다고 이야기를 하면, 자신이 얻지 못하는 것에 대해 미련을 가지지 않고 다른 즐거움을 찾아 떠난다. 반면에 자신이 정말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들은 절대로 뺏기지 않는다. 좋아하는 인형, 간식 그리고 엄마 아빠의 손과 같이 자신의 마음에 든 것들은 손에서 쉽게 놓지 않는다.


지나가버린 과거의 일에 집착하고 내려놔야 하는 것들을 아직도 쥐고 있는 내 모습과는 대조된다. 놓지 말아야 할 소중한 시간과 기억은 놓아버리고, 후회하는 일은 계속해서 반복한다. 자신이 지켜야 하는 것들을 손에서 놓지 않고 지켜내는 시우가 존경스럽다. 어른은 아이에게 배운다 했던가? 정말로 시우의 행동과 모습을 보면 배울 점이 많다. 떠나보낼 일은 미련 없이 보내는 아들의 모습에서 내가 여태껏 살아온 삶을 돌이켜 보게 된다. 지금 내 발밑이 아득한 이유는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보내주지 못한 것들이 남아있어서다. 이제는 아들처럼 미련 없이 떠나야겠다. 내가 지켜야 할 것들은 손에 꽉 쥔 채.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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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해 하는 모습도 닮은 아들. 뱃살도 닮으면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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