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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국 Oct 05. 2023

제가 눈이 작아서 안 뜬 거처럼 보여요

 내시경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웃지 못할 상황들이 생긴다. paradoxical response라고 해서 내시경시 진정 약물에 대해 역설반응이 나타나는 것이 대표적이다. 많은 분들이 마취나 수면 내시경, 무통 내시경이라고 표현을 한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의식하 진정 내시경이라고 해서 검사자의 의식을 완전히 소실하지 않고 검사에 필요한 정도로 의식 상태를(진정상태) 유지하면서 내시경을 시행하는 것이다. 진정약물이 들어가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검사 중간의 불편함을 기억하지 못한다. 비록 검사 중간에 소리를 치거나 손과 발을 올렸다 하더라도 대다수는 기억하지 못한다.


 

 문제는 검사를 하는 의사와 간호사들은 그런 과정을 그대로 보고 몸으로 겪는다는 것이다. 심하게 움직여서 검사를 중단해야 될 정도의 상황에서도 환자 본인은 개운하게 검사를 받았고 본인은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잠을 잘 잤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이런 분들은 비수면(비진정)을 추천하기도 하고 약물을 아주 작게 쓰거나 조절하기도 하지만, 내시경을 받는 분들이 역설적 반응을 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분명 다른 병원에서도 동일한 반응과 행동을 보였을 테지만, 본인은 조용히 잘 받고 나왔다고 한다. 수검자들은 몸부림을 치고 소리를 지르고 옆에 있는 간호사들에게 발차기를 하고 손으로 내시경 기구를 빼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기억하지 못한다.


 오늘도 90년생의 젊은 남자 환자분이 내시경 검사를 하러 왔다. 대장 내시경을 할 때도 소리를 지르면서 불편감을 호소하고 가만히 있지 못했었는데, 위내시경 할 때는 극에 달했다. 간호사 여섯 명이 붙잡아도 덩치 큰 젊은 남자를 당해낼 수가 없을 정도였으니까. 결국 내시경을 빼고 수면에서 깨는 약을 줘서 환자를 깨웠다. 몸부림이 심해서 깨우는 약을 중간에 줄 수도 없었다. 이후에 추가로 들어간 약물인 프로포폴은 길항제가 없기 때문에 직접 환자에게 일어나라며 등을 두드리고 자극을 줘서 깨우는 수밖에 없었다. 눈을 뜨라고 몇 번을 이야기하자 환자는 비몽사몽 한 상태로 이렇게 대답했다.


[제가 눈이 작아서 안 뜬 거처럼 보여요]


 환자를 잡고 있던 의사 간호사들은 빵 터져 버렸다. 환자의 눈이 작은 것은 사실이었지만, 누가 봐도 눈을 뜨진 않았었다. 다시 눈을 뜨게 하고 환자분께 깨웠다는 사실을 알리고 검사 진행 할 수 있었다. 이후에도 힘들게 검사를 마무리했지만, 아까처럼 역설반응이 있을 때보다는 수월하게 진행했다. 본인의 몸부림으로 진정상태를 깨웠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이해 못 한 환자 분들이 많은데 장정 서넛이 본인 주변을 둘러싸고 있으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닐까?


오늘도 근육통으로 고생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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