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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비드 Feb 21. 2024

눈썹문신받은 날

같이 일하던 선생님이 해주셨는데 …


 예전에 같이 일하던 간호사 선생님이 눈썹문신을 배우고 있다. 사실 배우기는 다 배웠으며 본인의 연습 겸 눈썹문신을 할 생각이 없냐며 나에게 물었었다.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시간이 뜨기 때문에 우리의 이해관계는 일치했다. 예전에 나에게 눈썹문신을 해서 보내준 사진은 깔끔 그 자체였다. 얼굴형에 맞게 잘 그려져 있었으며 내가 예전에 했었던 눈썹문신보다 선도 뚜렷하고 라인도 이뻐 보였다. 샵의 원장님이 같이 하기 때문에 걱정 말고 오라고 했던 말에 넘어간 것이다.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스타벅스에서 케이크 세 개와 음료 네 잔을 사들고 찾아갔다. 같이 배우는 분들이 두 분 더 있었고 샵을 운영하는 원장님도 있었다.


 놀랍게도 선생님은 내가 눈썹문신을 하러 온 순간에도 눈썹 그리기 연습을 하고 있었다. 만약 수액을 맞으러 온 환자가 자신의 앞에서 주사 놓는 연습을 하고 있는 간호사를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 느낌이 싸했다. 하지만 어쩔 거야? 벌써 일은 저질러졌고 커피는 나눠마셨으며 내 눈썹엔 마취크림이 발라져 있었다. 마취크림이 스며들 때 까지도 연습을 하던 선생님의 모습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온다. 못 미더워서가 아니라 벼락치기하던 학생의 모습이 떠올랐으니까. 선생님도 민망한지 더 잘해 주려고 연습하는 거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런데 삑사리가 나는 모습이 보였고 그 순간 서로 눈이 마주치자 빵 터진 것이다. 이러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니. 하기 전부터 설레고 들어갈 때도 설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눈썹문신은 잘됐다. 과정이 쉽지 않아서 문제지.


결과물이 좋다.


 보통 눈썹문신은 한 시간 정도 소요 된다고 한다. 나는 두 시간 반이 넘게 걸렸다. 두 배가 넘는 시간을 그곳에서 있었다. 다른 사람이 했다면 정말 화가 났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즐기는 수밖에. 오랫동안 누워 있으니 등에 욕창이 생길 것 같다며 장난도 치고, 내 눈알을 눌러서 나올 뻔했다며 웃기기도 했다. 실제로 눈알이 나올 뻔했고 눈도 몇 번은 치켜뜨기도 했다.(내 의지와는 상관없었지만.) 아프면 이야기하라고 했지만 입술을 손목으로 막고 있어서 대답을 못했다며 웃으며 이야기해 주었다. 그런 피드백은 해줘야 습관을 바꿀 수 있다며 고마워했다. 선생님의 옷은 땀으로 가득했다. 원래 땀을 많이 흘리는 타입이긴 했지만 긴장을 해가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 가르쳐주는 원장님도 몇 번이나 내 눈썹을 보고 수정해 가며 손봐주었다.


내 의지로 눈을 뜬게 아니다.


 눈썹 문신이 끝나고 나에게 아프지 않았냐고 물었다. 전날의 그것에 비하면 아픈 것도 아니라며 이야기를 했다. 통증의 역치가 이래서 무섭다. 선생님의 남편은 마취그림을 세 번이나 덧발라도 아프다고 몇 번을 이야기했단다. 나는 그러한 이야기를 한 번도 하지 않고 인상도 찌푸리지 않았다. 정관이 잘리는 그 아픔보단 미미했기 때문일까? 물론 아팠지만 아랫배를 맞는 듯한 통증은 없었으니까. 기껏 눈썹 주변을 찌르는 느낌뿐이었다. 시술 중간중간 사진과 영상을 찍었으니 인스타에 비포 애프터 사진이 올라올 것이다. 나중에 이렇게 교보재(?)가 되었다며 자랑할 날이 오겠지? 선생님이 눈썹문신과 두피 문신계의 스페셜리스트가 될 날을 기대해 본다.


P.S - 뒤늦게 선생님께 연락이 왔다. 사실은 내가 두 번째로 하는 눈썹문신이었단다. 첫 번째는 남편. 두 번째는 나. 일상이 이렇게도 재밌다. 고맙고 감사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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