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데이비드 Feb 27. 2024

인정을 받고 싶은 어린아이가 브런치에 감사를 표합니다

 

 아들을 재우고 브런치에 글을 쓰는 시간은 나에게 숙제시간이자 일기를 쓰는 시간이다.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해야만 하는 부담이 있지만, 내가 겪은 바를 옮긴다는 점에서 일기 쓰기와 흡사하다. 이곳에 매일 글을 쓴다고 해서 내 삶이 드라마틱하게 바뀌거나 큰 변화가 생기진 않는다. 브런치 작가라는 타이틀이 멋져 보여서 시작했고 쓰다 보니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 공감해 준다는 사실이 좋았다. 삶의 굴곡이 깊은 분들과 미소를 짓게 만드는 글들은 나에게 위안을 준다. 내가 쓴 글이 조회수가 많이 나오는 날은 하루에도 몇 번씩 브런치 앱에 들어가서 확인을 한다. 자신을 사랑하지만 아직은 인정을 받고 싶은 어린아이.


시우가 만 0세일 때


 글이 하나 둘 쌓여 가면서 책 몇 권의 분량이 되었다. 아내와 결혼을 하고 시우가 태어났고 이젠 둘째 지우도 태어났다. 나는 부부가 되었고 가족이 되어서 이곳에 흔적을 남긴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감사한다. 우리 가족의 일상을 담았고, 내가 어떻게 우리 가족을 생각하는지 정제된 언어로 남긴 것이다. 낙서장에 감정을 털어놓았다면 거칠게 써왔을 것이다. 브런치에선 글과 사진이 노출되기 때문이 마구잡이로 쓸 순 없다. 나중에 더 글이 쌓이고 아들이 크면 이 글들을 출력해서, 또는 책으로 만들어서 아들에게 줄 것이다. 얼마나 너를 사랑하는지, 가족이라는 그 사실에 얼마나 감사하고 있는지 말이다.


아들 재롱잔치 보러 간 날


 아내는 내가 쓴 글을 못마땅해하기도 한다. 자신을 너무 못난 사람으로 이야기하고 못된 사람처럼 표현한다는 것이다. MBTI의 ‘T’의 언어를 사용하는 남편과 F 그 자체인 아내는 자주 부딪친다. 실제론 일방적으로 혼나는 일이 많다. 나는 내가 맡은 직업적인 업무나 직책에선 인정받지만 가정의 테두리에선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아빠지만 좋은 남편은 아니다. 나도 아내를 더 생각하고 존중해야 하는데 한 번씩 간호사의 태도로 아내를 마주하는 것이다. 이번에 아내가 없었던 열흘간의 기간 동안 아내를 더 그리워하고 그간 내가 해왔던 이기적인 태도도 반성했다.


 

 아내는 나보다 9살이 어리지만 생각은 더 깊다. 철없이 행동하는 것은 그만큼 어리고 경험이 적어서다. 하지만 남을 생각하고 고마움을 표현할 때는 나보다 성숙한 어른 같다. 아내는 나를 더 좋은 아빠로 만든다. 나도 더 좋은 남편이 되어서 더 훌륭한 아내로 만들어야지. 나를 나답게 만들어 주는 고마운 아내. 내 삶의 이유를 만들어준 우리 시우. 그리고 우리에게 찾아온 큰 선물 지우까지. 이제 네 식구의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P.S - 토리야. 너까지 다섯 식구야. 잊은 거 아니야.



매거진의 이전글 혼자 하는 육아 > 퇴근 후 육아> 일만 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