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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비드 Mar 02. 2024

육퇴 후 나는 솔로를 처음 봤다.

솔직함은 독이다.


 활동량이 적어선지 시우가 평소에 자던 낮잠을 자지 않았다. 그 말인즉슨 우리가 일찍 육퇴를 했다는 뜻이다. 저녁을 대충 먹은 우리 부부는 냉장고에 있는 재료와 냉동식품을 돌려서 야식을 준비했다. 11월 중순부터 야식을 먹지 않았으니 4개월 만에 먹는 야식이었다. 아내도 임신을 하고 입덧이 심해서 야식을 거의 먹지 않았고 나는 다이어트 중이었다.


 떡볶이와 닭꼬치, 어제 먹고 남은 치킨이 메뉴였다. 시켜 먹을까도 생각했지만 처음이니(?) 무리하지 않고 즐기기로 했다. 아 이게 행복이구나. 야식을 즐기는 삶. 비록 삶이 고달프고 지치더라도 야식을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 한가. 아이들은 잠들어 있고 우리는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 하루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루의 남은 시간을 웃음으로 보내는 것이다.


 

 우리는 요즘 인기 있는 나는 솔로라는 프로그램을 같이보고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티비를 보지 않으니 처음 보는 프로그램이었다. 이성들이 관심 있는 대상과 데이트를 하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프로그램인가 보다. 아내는 이번화는 모태솔로 특집이고 역대급으로 재밌단다. 왜 모태솔로인지 알 수 있다나?


 사실 그들의 행동이 특이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여자 보단 남자의 말투와 행동에서 모태솔로의 이유가 느껴졌다. 그런 그들을 보며 모럴해저드에 버금가는 느낌을 받는다. 내가 경험하고 알고 있는 사실도 얼마 되지 않지만, 방송에 출연한 분들의 행동에서 아쉬움이 느껴졌다. 몇몇 모습들은 안타까움을 넘어 어이가 없어서 웃게 만든다. 서로가 원해서 나온 것이지만,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을 훔쳐보는 느낌이 썩 달갑진 않다. 그래서 집중하지 못하고 보는 둥 마는 둥 하며 아내와 대화를 나눴다.


 나도 처음에는 어설프고 티가 났겠지? 모태솔로 출연자들은 본인의 감정을 다 드러내고 시작한다. 상대에 대한 감정, 자신의 가치관, 종교, 그동안 겪은 서러움까지. 상대가 마음의 문을 열기도 전에 그들은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다. 솔직함은 독이다. 본인이 싫어하는 취향을 굳이 이야기하고 처음 만났는데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 게 신기했다. 깜빡이를 넣지 않고 4차선에서 1차선으로 돌진하는 느낌? 신기하게도 그들의 배려는 누군가에게는 무례하게 보인다. 경험이 중요한 이유는 이런 오해를 바로 잡기 위함이기도 하다. 사주를 듣고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그가 생각나고 첫 만남에 파가 잔뜩 올려진 석갈비를 먹으러 간 그가 생각난다. 나라면 어땠을까?


P.S - 아내는 첫 데이트에서 우는 그 남자를 보고 내가 생각났단다. 영화를 볼 때마다 우는 남자는 처음이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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