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의 등장은 시우를 바꿔 놓았다.
미운 네 살이 된 시우는 말을 잘 듣지 않는다. 예전에는 그렇게 말도 잘 듣고 친절하던 아들이,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기 시작했다. 고집도 세지고 자기가 원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해 때를 쓰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둘째 지우가 집에 오면서부터 심해졌다. 이사라는 큰 이벤트가 있긴 했지만 둘째의 등장은 시우에게는 가장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혼자 독차지하던 엄마 아빠의 사랑을 나눠야 하는 현실. 자신을 보는 시간과 눈빛이 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시우가 서운해하지 않도록, 엇나가지 않도록 아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함께 하고 있다. 아무리 내가 시우에게 사랑을 쏟아도 시우는 자신이 받아왔던 관심의 변화를 몸소 느끼고 있다. 시우가 좋아하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우리 집에 방문했을 때도 시우만 보는 것이 아니었다. 동생인 지우를 들여다보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 모습을 시우는 계속 보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자신과 이야기를 하고 함께 놀아주던 할머니가 동생 지우에게 분유를 먹이는 모습을 시우는 멀뚱히 보기도 한다.
우리의 말을 듣지 않고 계속 초콜릿을 달라며 조르고, 뛰지 말라고 이야기해도 듣는 둥 마는 둥 달리기를 한다. 엄마 아빠 말 잘 들어야 멋쟁이라고 이야기해 줘도 시우는 듣는 둥 마는 둥이다. 시우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의 변화를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 표현 방법이 다를 뿐. 한 번씩 직접적으로 속상하다며 이야기하기도 한다. 아내와 나는 시우의 이런 변화에 대해서 잘 인지하고 있다 그리고 화를 내지 않고 다독여 줘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말을 듣지 않고 때를 쓰는 아들에게 웃으면서 이야기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행히 아들은 동생 지우를 좋아한다. 기저귀를 가져 달라고 하면 놀다가도 먼저 가져다주고 지우의 공갈 젖꼭지를 물려 달라고 하면 재빠르게 물려준다. 그리고 중간중간 지우가 이쁘다며 쳐다 보고 눈을 마주치기도 한다. 자기가 형아라고 이야기하고 지우가 동생이라며 이야기하면서 동생을 보기도 한다. 솔직하고 투명한 시우가 좋다. 나를 꼭 닮은 아들이 하는 행동이 밉지 않다. 함께 소꿉놀이를 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낸다. 날이 풀리고 따뜻해지면 아들이 좋아하는 놀이터에서 실컷 놀아야지. 그리고 엄마 몰래 시우가 제일 좋아하는 초콜릿을 먹고 집에 들어와야지.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아들. 시우야 사랑해.
P.S - 엄마에게 비밀이라고 해도 다 이야기하는 시우. 그래서 아빠도 매번 같이 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