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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국 Mar 10. 2024

애를 둘을 낳아야 호텔 뷔페에 데려가 주는 거야?

호텔뷔페를 부담 없이 이용하는 삶을 살기

 둘째를 장모님께 맡기고 우리 세 가족은 호텔 뷔페를 갔다. 매년 말만 하다가 드디어 예약을 하고 가게 된 것이다. 그런 나에게 아내가 한마디 한다.


[애를 둘을 낳아야 호텔 뷔페에 데려가 주는 거야?]


 장난으로 이야기했지만, 시간도 그렇고 비용 문제도 있어서 우리에게 호텔 뷔페는 언급할 수 없는 불문율 같은 것이었다. 결혼초에 아내에게 연말마다 호텔 뷔페를 데려가겠다며 큰소리쳤지만, 신혼여행 때 갔었던 제주도 롯데호텔뷔페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코로나로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갔었다.)


 주말에 맛있는 게 먹고 싶다는 아내의 말에 호텔뷔페가 떠 올랐다. 그래서 충동적으로 부산 롯데시그니엘 뷔페에 예약을 한 것이다. 다른 뷔페랑 달리 결재를 미리 하지 않아서 좋았고 시그니엘 뷔페는 처음이라 궁금하기도 했다. 내가 이곳을 예약했다고 하니 아내는 놀라워했다. 그리고 비싼 가격을 알고 있기에 한사코 거부했지만 내심 기대하는 눈치였다.


가벼운 발걸음

 

 우리는 아들을 조리원에서 데려오자마자 이사를 했다. 아내는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집 정리를 하고 신생아를 돌보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내가 늦게 퇴근하는 날에는 아들 둘을 돌보며 아내는 지쳐 갔다. 이번주 토요일은 학회 때문에 내가 집에 없었기에 하루 내내 아들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던 것이다. 얼마나 힘들고 지쳐 보였는지, 집에 가보니 아내는 멍하니 소파에 앉아 있었다. 갓 태어난 아기를 돌보는 것보다 이제 만 3세가 되는 말 안 듣는 첫째를 케어하는 것이 힘들었던 것이다. 아빠를 열 번도 더 찾았다며 나에게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다. 아내의 희생과 헌신이 너무 고마웠다.


[여보. 지금의 힘듦을 내일 뷔페에서 불사르자.]


아들이 좋아했던 스프


 뷔페는 가격이 비싼 만큼 음식도 맛있었고 직원도 많아서 테이블 정리도 빨랐다. 음식 가짓수가 많지 않았지만, 음식마다 빠지는 것은 없었다. 우리 가족은 대화를 하며 평소보다 오래 먹었다. 아들은 처음에 주는 웰컴 수프가 맛있었단다. 나도 달달한 단호박 수프가 좋았다. 바다를 보며 예쁘게 진열된 음식을 가져다 먹으며 시간을 보내니 행복했다. 아들은 대게와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맛있게 먹었다. 아내도 고기와 여러 가지 음식들을 가져다 먹으며 함께 식사시간을 즐겼다.


제일 맛있었던 아메리카노


 내가 이곳에서 먹은 것 중에 가장 맛있었던 것은 아이스 아메리카노였다. 고소하며 신맛이 나지 않지만 향이 느껴지는 아이스커피. 그래서 두 잔을 부탁해서 마셨다. 코트를 걸어 주고 커피를 가져다주는 서비스가 좋았다. 사소한 행동 하나가 식사시간을 더욱 즐겁게 만든다. 아들이 호텔을 나서면서 나에게 한마디를 한다.


[여기 좋다. 다음에 또 오자]


 일본을 갔을 때, 좋은 풀빌라를 갔을 때 하던 말을 호텔뷔페에서도 하는구나. 그래. 아빠가 꼭 데리고 가줄게. 아내와 아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더 좋은 목표가 생겼다.


[분기마다 호텔 뷔페를 오는 것. 그리고 호텔뷔페를 부담 없이 이용하는 삶을 살기.]


P.S - 이상하게 어깨가 무겁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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