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 어렵지

by 돌돌이

스마트폰이 내 삶을 잠식하면서부터 책을 멀리하게 됐다. 책보다 더 재밌는 영화는 넷플릭스를 통해 맘껏 볼 수 있고 영화보다 자극적인 유튜브도 있다. 언제 어느 곳에서나 웹툰을 보면서 내가 상상치 못했던 기발함을 맛볼 수 있었기에 취미 난에 당연하게 써 왔던 독서를 이제 그만 써야하나 싶다. 취미생활란에 스마트폰질 을 쓰기엔 없어보이지만 스마트폰 하나면 문화생활과 취미생활이 가능하니 틀린말은 아니다.


사람들의 취미를 보면 각양각색인데, 자신의 흥미를 살려 기존의 일을 그만두고 취미를 생업으로 삼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직업으로 삼는 다는것은 프로가 된다는 것이고 프로가 되기 위해선 잘해야 한다. 취미 생활이 즐거운 이유는 아마추어의 마인드에 강제성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만 먹고 살아야 한다면?


글을 쓰기 위해 퇴사를 하고 하루에 8시간씩 컴퓨터 모니터 화면을 들여다보며 새하얀 백지를 글로 채웠던 시간이 있었다. 카페의 같은 자리, 같은 시간, 똑같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 티라미슈 케이크를 두 달간 먹으며 머릿속 생각들을 정리하는 일은 고되고 힘들었다. 생각했던 바를 끄집어내는 것과 다시 글로 정리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고 이 모든 것들이 어렵지 않을 거라는 내 착각, 전업 작가가 되어 싸인을 해주며 저작권료로 먹고 살수 있을 거라는 실낱같은 믿음은 정확히 3일 만에 무너졌다. 우유부단하고 끈기 없는 성격을 이겨내고자 매일 목표로 했었던 분량을 써야만 카페를 나올 수 있도록 스스로 다짐했다. 평일에 목표로 했었던 분량을 쓰지 못했을 경우 주말에 나와서 부족한 부분을 메웠다. 이 두 달간의 제약이 내 인생에 첫 책을 선물에 지대한 공헌을 했지만 그 과정에서 글을 쓰는 즐거움과 책을 읽는 행복도 뺏어갔다.


전자책으로 '조르바가 알려주는 선택법'이 나오고 자기계발 분야의 순위에도 한동안 모습을 보였지만 크게 흥행은 하지 못했다. 이전에 있던 곳보다 힘들고 어려운 곳으로 취업을 했고 다시 간호사의 삶을 시작했다. 병동과 임상에서 적용해 왔던 간호 지식이 통용되지 않는 새로운 특수 파트의 일은 모든것을 새롭게 배우던 신규 때의 심정과 기분이었다. 하지만 글을 쓰며 느꼈던 고통을 비교해 본다면 부서의 일을 배우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신규 때 해봤기 때문에 어떻게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지, 습득한 지식을 어떻게 적용하지도 몸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사람들과 친해지고 업무가 돌아가는 메커니즘이 눈에 보이기 시작할 무렵에도 일을 새로 배운다는 핑계로 책을 보지 않았고 글도 쓰지 않았다. 사실 읽고 쓸 틈이 없었다는 변명은 못하겠다. 근무 후에 시간이 있었고 주말에도 여유가 있었지만 스마트폰만 쳐다볼 뿐. 그러던 중에 핸드폰을 새로 개통하고 밀리의 서재 4개월 무료 이용 혜택을 받았는데 그 곳엔 생각보다 많은 책들과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있었다. 그리고 그 곳에 내가 쓴 책이 있었다. 발견한 뒤의 짜릿함과 함께 목차를 보니 그때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그렇게 힘들었던 시간도 지나고 보니 아름답게 포장되는구나. 전업으로 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글을 쓰고 강제성을 최소한으로 한다면 더 즐거운 글쓰기가 될것이다.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인 지금은 그때보단 막막하진 않다. 그리고 지금은 다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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