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신호위반

by 돌돌이

보조석에 앉아 있는 친구와 대화를 하다가 횡단보도의 빨간 불을 지나쳐 버렸다. 그것도 경찰서 앞에 있는 신호를. 당연히 뒤늦게 발견하고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어중간하게 횡단보도의 중간에 걸렸고 때마침 경찰이 서내로 진입하려던 찰나에 내 차를 발견하고 신호위반 딱지를 끊게 되었다. 범칙금 6만 원이 주는 타격보다, 재수 없게 걸렸다는 이기적인 생각과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난 소시민이기에 내 행위의 정당성을 찾기 위해 머리를 짜냈지만 누가 봐도 내 잘못이어서 할 말은 없었다. 경찰관이 나에게 차를 세우라고 했고 운전면허증이 없었기에 내 차량 소유 임을 확인시켜 드리고 범칙금 용지를 받았다. 경찰관 했었던 이야기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 완벽한 신호위반입니다.]


완벽한 신호위반이란 건 무엇을 뜻하는 건가? 모든 위반자의 모범이 되는 아름답고 퍼펙트 한 그런 위반이란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완벽한 신호위반이라는 말 한마디와 범칙금 용지를 건네주는 걸로 끝. 처음에는 내가 꼬리물기로 잡혔었는지, 아니면 정지선을 지키지 못해서 잡혔는지, 아니면 빨간불이 변하는 시점에 지나가서 잡혔는지 알 수 없었다. 내가 한 위반에 대해 봐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그 어떤 설명도 없이 종이 한 장 달랑 남기고 가는 경찰의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한 오늘의 행동을 분석하고 반성하면서 완벽한 신호위반을 하기 위해 노력이라도 해야 하나?


경찰 민원실에 전화를 걸어 이와 같은 상황에서 설명했다. 그러자 전화를 받은 경찰분은 경찰관 분들이 바쁘기도 하고 길게 이야기하는 걸 운전자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그렇게 이야기한 것 같다며 얼버무렸다. 소속이나 직책 이름은 고사하고 자기편 감싸기라니? 소속이나 직책 이름을 말하는 것은 없어졌다고 했으니 패스. 범칙금 고지 설명 의무나 위반한 사유에 대한 설명 매뉴얼이 있냐고 물어보니 그런 건 없다고 이야기했다. 경찰이 신호위반을 잡는 것은 경찰의 권한이며 그 선택도 경찰관의 판단에 달렸다고 했다. 그럼 사거리의 수많은 꼬리물기 차량과 신호위반한 운전자들은 경찰관님의 성은으로 봐주는 건가? 완벽한 신호위반 당시 내 앞차의 꼬리물기는 어떻게 되냐고 물으니 블랙박스 영상이 있어야 한단다. 그걸 토대로 민원을 제기하는 형태로 진행한다고 했다. 내가 한 완벽한 신호위반에 대해 이의 신청을 하려면 법원이 열리는 평일에 시간을 내서 직접 가야 하고 참석하지 못하면 범칙금이 추가로 부가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군대와 수직사회를 경험한 남자들은 공권력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잘못하지 않았지만 움찔하는 이유는 나뿐만이 아니다. 그런 공권력을 가진 경찰관의 불성실하고 예의 없는 태도는 두려움과 공포로 다가온다.


안 그래도 벌금 내서 우울한데, 친절하게 대해주면 안 되는가? 신호위반 사유는 무엇이며, 벌점은 얼마며, 돈은 얼마를 내는지, 내 앞의 꼬리물기 차량은 왜 세이프였었는지 설명을 해줬으면 한다. 교통경찰 단속시 메뉴얼이 있다면 좋겠다. 그래야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없어질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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