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제주도에서도 티격 태격 한다.
제주도에 놀러 왔다. 둘째가 태어난 지 넉 달 정도 되었고 처음으로 함께하는 여행이다. 첫째 시우는 제주도가 두 번째이기도 하고 둘째 지우도 얌전히 형아가 좋아하는 곳들을 참으며(?) 따라오고 있다. 3박 4일의 여정은 길면서도 짧다. 평소에는 지나칠 일들도 같은 공간에 있으니 티격 태격한다. 여행을 오면 안 싸울 일도 싸우게 된다. 아들의 꼬장과 나 또한 평소에는 넘겼을 아내의 짜증까지. 매번 싸우고 매번 화해하고 함께 살아간다. 이것이 인생이다.
제주도의 도로는 과속 방지턱이 지나치게 많고 그만큼 과속 카메라도 많았다. 운전을 느긋하게 하는 분들이 많아선지 부산러인 나는 답답하기도 했다. 그리고 부산에서 보다 더 많은 수의 카니발을 봤고 30킬로를 준수해야 하는 어린이 보호구역의 수와 제주도 내의 어린이 수는 비례하지 않았다. 인구 감소를 절실히 느끼는 순간이다. 프랜차이즈 커피점이 많이 보였고 그중에 메가커피가 제일 많았다.
우리는 제주도의 뽀로로타요 테마파크를 가고 있었다. 커피 전문점에 들려서 커피를 사갈 생각이었다. 아내가 말을 건넸다.
[어제는 그렇게 메가커피가 많이 보이더니, 오늘은 하나도 안 보이네.]
[우리가 어제랑 다르게 반대편으로 와서 그래. 오늘은 내륙으로 가서 시내방향 반대로 가고 있거든.]
[그냥, 그러게?라고 하면 안 돼?]
내가 한 말 자체는 틀린 말이 없다. 사실에 기반한 나름의 상권분석까지 해서 이야기했지만 아내는 내 대답이 마음에 안 든다. 사실, 자다 깨서 이 글을 쓰는 새벽 3시에 생각해도 어이없는 답변이다. 아내 말대로 그러게? 한마디면 모든 것이 끝났을 테지만, 나는 왜 메가 커피가 많이 없는지 이야기를 한 것이다. 아내는 그냥 자신이 느낀 바를 이야기했고 그 말에 동의만 하면 거기서 대화는 이상적으로 마무리 됐을 거다.
모태 설명충이자 TMI의 화신인 나는 묻지도 않은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만약 아내가 정색하지 않았다면, 제주도에는 왜 매가커피가 많은지, 선점효과와 매장과의 거리 따위를 풀어놨을 거다. 누구도 궁금치 않은 이야기들을 운전하면서 신나게 이야기했겠지. 이러니 나보고 꼰대고 늙었다고 놀리는 걸까? 그런데 정말 안 궁금한가? 아들이 왜라고 묻는 것처럼 나도 아직은 세상이 궁금한데. 아내는 마지막으로 한마디 던지며 할 말을 없게 만들었다.
[도로 옆에 있는 커피집 거리 계산 하지 말고 과속방지턱 앞에서 속도 좀 줄여. 시우랑 지우 타고 있잖아. 나도 머리가 흔들려. 운전은 초보처럼 하면서 다른 운전자들 뭐라 하고 커피집이 왜 많으냐고 나에게 이야기해?]
할 말이 없구나.
P.S - 아내는 브런치에 글을 볼 때마다 자기를 매번 나쁘게 이야기한다는데… 원래 글 쓰는 사람 마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