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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국 Aug 28. 2024

두 달 만에 쓰는 글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나기

 이유가 어쨌든 간에, 두 달 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쓰지 않으려고 한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쓰고 싶지도 않았다. 핸드폰에 종종 보이는 브런치 어플을 애써 무시하며 YouTube를 보고 인스타그램을 멍하니 보며 시간을 낭비했다. 육아를 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일상을 보냈지만 낭비하는 시간이 많았다.


 어제는 잠이 오지 않아서 YouTube의 카더가든 채널을 보며 낄낄 거렸다. 라이브 노래 음악도 듣고 Instagram의 자극적인 쇼츠들도 보면서 시간을 보내니 어느덧 새벽 3시 30분. 부랴부랴 잠을 청하고 출근 전 알람소리에 눈꺼풀을 힘겨히 들어 올리려는데 아들이 나에게 물었다.



[아빠 오늘 일가?]

[응. 가야 해. 어서 더 자.]


[그럼 다음에는 안 가?]

[시우야. 지금 자야 하는 시간이지? 그리고 아빠가 오늘 일 간다고 말했잖아.]

 

 아들은 나랑 같이 놀고 싶었을 것이다. 아빠를 찾는 아들에게 저렇게 대답하다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것은 내 선택이었고 그로 인한 불편감은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그런데 나는 아들에게 짜증을 낸 것이다. 내가 있어야 재밌고 즐거운 외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아들은 알고 있다. 기대에 부풀어 아침을 맞이하는 아들에게 짜증 섞인 목소리로 멕아리 없는 답변을 한 거다. 다음에 일을 안 가냐는 물음은, 다음에 또 같이 놀러 가자는 아들의 설렘이 담긴 질문이었다. 나는 그런 아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화를 낸 것이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침부터 무의미하고 중독적인 스마트폰 사용은 자제하기로 했다. YouTube와 인스타를 보지 않았고 대신에 평소에 보던 종이신문을 더 꼼꼼히 읽었다.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점심을 먹었지만, 오늘은 밀리의 서재 어플로 책을 보며 밥을 먹었고 퇴근 버스에서도 전자책을 보며 집에 왔다. 폰을 보지 않으니 아내의 질문에 재깍 대답을 했고, 첫째랑 몸으로 놀고 둘째도 안아주면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평소에는 아내가 부르는 목소리를 듣지 못하기도 하고 건성으로 대답하곤 했었다. 핸드폰을 보지 않으니 주어진 시간을 더 집중하게 되었고, 덕분에 가족 모두가 즐거웠던 것이다.


 스마트 폰의 중독과는 별개로 글은 틈날 때마다 쓸 생각이다. 내가 겪고 느낀 일상을 내 머릿속에서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 하다. 글을 쓰지 않는 날은 순간의 기억을 날리는 것과 같다. 오늘을 더 의미 있게 살기 위해선, 지금을 살아 내기 위해서,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자주 글을 남기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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