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프라이즈 선물이 이렇게 순간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을
아내의 생일을 맞아 생일상을 준비했다. (생일상이라고 하니 거창해 보이지만, 미역국과 고기를 준비하는 게 전부다.) 첫째를 재우고 육퇴를 함과 동시에 미역국을 끓이고 LA 갈비를 구웠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할까 생각도 했지만, 아들 둘과 아내를 깨우는 불상사를 미연에 예방코자 밤에 준비를 한 것이다. 미역을 포함한 국거리 고기와 LA 갈비를 꺼내서 요리를 하려는데, 아내가 미역국에 들어갈 조미료와 다진 마늘을 냄비와 함께 주방에 올려 둔 것이다. 내가 요리를 하는 것은 흔치 않고 하더라도 주변을 더럽게 만들기 때문에 대부분 아내가 요리를 한다. 그런 불상사를 막기 위함일까? 내가 사용할 재료와 장비는 정해져(?) 있었다.
네이버 블로그의 레시피를 보며 미역국을 끓이고 고기도 구웠다. 아내는 내가 요리하는 모습을 보며 뿌듯하게 웃고 있었다. 미역국이 뭐라고, 고기를 굽는 게 뭐라고… 아내는 인상을 찌푸리며 간을 보는 내 모습을 유심히 쳐다봤다. 얼마나 그동안 무심 했던가? 이렇게 행복해하는 아내를 보니 마음이 아린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아주 작은 관심과 약간의 서프라이즈였다는 것을. 나는 알면서도 모른 척 해온 것이다.
요리를 마무리하고 전날 써둔 편지를 미리 건넸다. 편지지가 없어서 메모지에 편지를 써서 글을 남겼다. 열 장을 써서 딱지 모양으로 접어 아내에게 줬는데, 이렇게 형편없어 보이는 편지도 아내는 행복하게 그리곤 기분 좋게 받아줬다.
내가 직장에서 메모지에 글을 쓰고 있으니 동료 선생님들이 나에게 묻는다.
[선생님, 이거 받고 선생님 와이프 반응 좀 이야기해 주세요. 내 같음 무조건 잔소리한다.]
하지만 아내는 기분 좋게 편지를 읽었고 내용이 없음을 의아해하기도 했지만, 인스타 그램에 수확물을 올렸다. 서프라이즈 선물이 이렇게 순간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지. 이렇게 소소한 삶도 만족하는
아내에게 고맙고 감사하다.
P.S - 생일 선물은 몇 달 전에 명품가방을 사준 것으로 퉁쳤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인 명품가방은 잘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