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라는 소중함을 잊지 않으려면 작지만 사소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아내와 핸드폰의 사진첩들을 보며 추억을 더듬었다. 아들들과의 일상으로 가득한 사진첩엔 일상이 묻어 나온다. 대부분 아들들의 사진들이었고 특히 첫째는 태어날 때부터 영상으로 기록을 해선지 아내의 사진첩 지분의 50%는 족히 돼 보인다. 유튜브에 따로 저장할 만큼 큰 아들의 성장을 기록하고 함께 하는데 애를 썼다. 둘째는 첫째만큼은 아니지만, 아내가 사진을 꾸준히 찍고 남겨서 순간을 기록하고 있다. 귀여운 아들들의 사진을 함께 들여다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나랑 와이프 사진은 없지?’
아들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있긴 했지만 시우와 지우의 사진 수에 비해 현저히 부족했다. 아들들을 기억하고 기록하며 순간을 담아 왔지만, 우리들의 순간은 담지 않았다. 같은 곳에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사진에는 없던 우리 둘. 아들이 이쁘고 사랑스러운 것과는 별개로, 나와 아내의 부재는 적잖이 마음이 쓰인다. 아이들에겐 아빠와 엄마는 세상의 전부이고 아이들도 우리에겐 세상의 전부다. 사진 비율의 비대칭성을 회복하고자 아내에게 한 가지 제한을 했다.
[이제 매일 하루에 한 장은 가족사진을 찍는 거야. 시우와 지우 사진 말고, 갱이랑 나랑 우리 가족 모두가 나오는 사진 말이야.]
내 의견을 받아들여서 우리 가족은 둘째가 자기 전인 8시 50분에 다 같이 사진을 찍기로 했다. 이런 결정이 얼마나 갈지 모른다. 작심삼일일 수도 있고 지켜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렇게 알람을 울려서라도 잊지 않으련다. 꾸준히 상기시켜서 습관이 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우리 가족이 남들보다 사진을 덜 찍거나 함께 하는 시간이 부족하진 않지만 더 많은 추억을 남기고 기억하고 싶다. 글을 쓰는 이유는 기록해서 남기기 위해서다. 내 삶의 흔적은 글로 남기고, 우리 가족의 순간은 사진으로 남기련다. 우리라는 소중함을 잊지 않으려면 작지만 사소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p.s - 알람은 8시 50분에 울렸지만, 이날 따라 둘째가 일찍 잠들어 버려서 가족사진을 찍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나랑 시우랑 둘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