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쓰는 언어는 나와 아내가 쓰는 언어를 닮았다
아들이 쓰는 언어는 나와 아내가 쓰는 언어를 닮았다. 우리가 쓰는 표현에서부터 말투와 톤, 사투리까지. 아들이 하는 말은 우리 가족이 쓰는 표현이다. 덤으로 어린이집에서 배운 말도 포함되어 있다. 나는 토리에게 길을 막고 있거나 내 소파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때면 이렇게 이야기한다.
[토리야 나와줄래?]
시우는 토리에게 똑같이 이야기한다.
[토리야, 나와줄래? 풍선 치기 해야 하거든.]
토리가 시우의 길을 막고 있진 않아도 시우는 토리에게 똑같이 이야기한다. 나에게 들었던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나이가 들고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에 맞는 표현을 하기 시작했다. 아들과 함께 자는데 내가 유튜브의 소리를 실수로 튼 적이 있었다. 그랬더니 아들이 나에게 이야기한다.
[아빠. 시우 깨우지 마. 잠 좀 자자 좀.]
시우는 내가 자신에게 했던 표현을 그대로 나에게 사용했다. 자는 시간에도 자지 않고 뒹굴거리고 침대에서 춤을 추고 나에게 말을 걸고 노래를 틀어달라고 한다. 때문에 참다가 저렇게 짜증을 낸 적이 있었다. 신기하게도 아들은 내가 거칠게 이야기하거나 심한 사투리를 사용하면 얼마뒤에 똑같이 사용한다. 아들이 쓴 거친 표현에 화가 나기도 했지만 내가 했던 말을 그대로 따라 하기 때문에 할 말이 없었다. 저렇게 강한 어투나 감정이 섞인 표현을 쓰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 뒤 아들에게 이야기했다.
[시우야 미안. 시끄럽게 소리 나게 해서 미안해.]
[아빠. 미안한 거 아니야. 괜찮아.]
시우가 나에게 한 말을 듣고 눈물이 날 뻔했다. 내가 핸드폰을 사용하다가 소리를 내서 아들의 잠을 깨웠지만 시우는 내 실수는 미안한 게 아니며 괜찮다고 한 것이다. 아들이 예쁘고 따뜻한 말을 들을 때마다 느끼는 고양감은 들어본 사람만 알 것이다. 고마운 아들. 감사한 아들.
P.S - 내가 쓰는 사투리를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시우는 친구들 사이에서 사투리를 가장 많이 쓰는 아이란다.
‘뭐 하노?, 밥뭇나? 대박이다. 난리 났다.‘
이게 만 3세의 아이가 사용하는 표현이다. 아무리 부산 사람이지만 너무 심한 거 아니니…
말조심 또 말조심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