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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피살 사건

by 돌돌이

뉴스 기사를 통해 처음 접했을 땐 크게 감흥이 없었다. 해경의 수사국장이 월북의 증거로 이야기 한 것들이 와닿지 않아서 적어 본다.


1.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월북이다. => 이게 정말 이유가 되나? 평상시에 구명조끼를 입고 생활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공무원증과 신분증을 그대로 두고 월북을 한다고? 인적 사항을 증명할 수 있는 근거를 두고 자진 월북? 차라리 실족사나 선원들과의 다툼이 원인이라면 더 크게 공감할 수 있을 거다.


2. 실종자만이 알 수 있는 본인의 이름, 나이, 고향 등 신상정보를 북측이 소상히 파악하고 있다는 점 => JSA 근무했던 친구의 이야기를 풀어보자면 새로운 소대장이나 중대장이 오면 북한 쪽 방송으로 XXX 중위 오신 걸 환영한다는 식으로 바로 방송을 한다고 한다. 애초에 우리의 정보라는 건 중국에 건당 십 원도 안 되게 팔려나간지 오래고 신상정보를 소상히 알고 있다고 이야기 한 수준이 이름, 나이, 고향이다. 이건 내 주변에 있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이다. 맘먹고 알면 금방 알 수도 있는 건데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다고?


3. 실종자가 월북 의사를 표현한 정황 => 사실 여부에 대한 근거를 밝히지도 않았고 그날 배 안의 CCTV 조차 보여준 적이 없다. 그런데 기다렸다는 듯이 선내 CCTV가 고장이란다. 신기하게도 실종 전날까지 멀쩡했던 CCTV가 실종 당일엔 고장이다. 그나마 월북자를 사살해야만이 북한의 만행을 납득할 수 있는 걸까? 대한민국 국군이 자진해서 남한으로 오는 북한 주민을 사살한 적이 있나?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단순 실족이 아니고 자살 시도가 아닐 거라고 한다. 이건 그렇다고 치자. 갑판에 남겨진 슬리퍼가 있다는 걸로 스스로 뛰어내렸다고 유도하고 있다. 편한 신발 신고 일하는 거 아닌가? 그럼 뭐 자살하거나 기타 다른 이유를 가진 사람은 슬리퍼를 버리고 뛰어내리나? 애초에 월북과 자살이 아닐지라도 그게 과연 얼마나 중요한 정보인지는 잘 모르겠다. 월북 의사를 북한에 표현했다고 하는데 그 자료나 정보는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표류 예측상 있어야 할 위치가 아닌 다른 위치에 있다고? 30KM를 조류를 거슬러 이동한 그의 체력에 경의를 표할 뿐이다. 내가 월북을 할 생각이었더라면 그냥 배채로 끌고 월북했을 거다.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널 필요가 없지. 그리고 애초에 맘먹고 월북하려고 한다면 중국을 통해 가거나 휴전선을 타고 가는 게 훨씬 편하다. 바다보단 오히려 임진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게 빠르고 안전하다. 항해사로 연평도 주변을 잘 알고 있는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월북자로 단정 짓고 답을 써 내려가고 있다. 추가 뉴스를 보면 월북 당일에도 꽃게 구매 대행 활동을 했는데 이게 월북자의 태도인가 싶다.


그래 해경이 말한 월북이 맞다 치자. 그런데 왜 죽인 후 시신을 불태웠을까. 그리고 청와대의 입장 표명은 왜 늦었을까. 상부 지시를 받은 북한군이 해상에서 한국 공무원을 사살했고 시신 태우는 불빛을 확인 후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를 했지만 다음날 오후가 돼서야 보도가 나오기 시작한다. 대통령은 북한과 종전 선언을 하기 위해 UN에서 발표를 했다는데, 국민 한 사람의 죽음과 잘못은 대업을 위해선 감내해야 하나 보다.


P.S - 해경이 계속 북측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정확하게는 북한군이 사살하고 불태운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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