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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조식품을 끊다

by 돌돌이


아파트 헬스장에 있는 달력을 찍어 보았다.


헬스장에 있는 달력


유니베라(구. 남양알로에)라는 회사에서 나오는 건강보조식품 홍보 달력이었는데 남양 알로에는 어렸을 적에 어머니께서 종종 사 오시던 회사의 제품이었다. 사실 알로에가 좋다며 집에서 알로에를 키워서 요구르트와 함께 먹었었고 아토피가 있었던 내 피부에 좋다며 매일 바른 기억이 있다. 남양 알로에라는 익숙한 단어 때문에 달력에 적힌 글들을 다 읽어보게 된 거다. 달력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단일 회사에서 만들고 있는 건강보조식품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과 저 사진을 찍을 당시에 10알이 넘는 건강보조식품을 먹고 있었다는 점이다.


아연, 종합 비타민, 유산균, 오메가3, 실리마린, 마카, 로열젤리, 유산균을 먹고 있었고 살을 뺀답시고 가르시니아도 복용했었으니 하루에 먹는 알약의 개수는 어마어마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건강보조식품을 전혀 먹고 있지 않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아침이 개운하지 않은 날이면 녀석들이 생각난다. 나이를 먹을수록 건강보조식품은 끊을 수 없다고 하지만, 시간을 들여 점차적으로 줄여왔다. 아연과 마카는 와이프가 임신을 하고 나서(?) 먹는 것을 중단했고, 종합 비타민과 오메가3는 식전과 식후 상관없이 복용 후 더부룩하고 속이 뒤틀리는 불편감이 심해서 교대로 중단했다. 유산균은 스틱에 담긴 가루 형태였는데 어머니께서 사주신 한 통이 섭취의 전부였다. 로열젤리와 실리마린은 유산균과 함게 섭취를 중단했다.


먹을 때는 효용을 몰랐지만, 중단하고 나서 1주일 뒤부터 피로감을 더 느꼈다. 이게 정말로 느끼는 피로감인지, 그냥 심적인 느낌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몸으로 체감하는 피로감이었다. ERCP 파트는 분명 체력적으로 부담이 많이 가는 곳이었지만, 그곳을 나와서도 동일한 피로를 느끼고 있었다. 약물의 힘으로 그 힘든 곳을 이겨냈던 건가 하는 생각과 함께 내 적지 않은 나이를 생각해 보게 된다. 흔히 건강보조식품은 3개월 이상은 먹어야 효과를 보고 먹다가 중단하면 바로 그 효과를 느낀다고들 한다. 꽤 많은 종류의 약들을 먹어 오다가 전부 중단한지 3달. 지금은 그전과 다를 바 없다. 업무가 힘들었던 날 아침은 피로감을 더 느끼고, 밤늦게 커피를 먹으니 늦게 잠들다 보니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나지 못한다. 영양제를 섭취하지 않아서 내 몸이 무너지고 아침에 눈을 뜨지 못하는 것이 아니었다. 운동을 하지 않아서 체력이 떨어졌고 살이 쪄서 피로감을 더 느끼는 것이었다.


달력에 적힌 건강보조식품은 18가지다. 잘 보면 특정 기능에 '도움'을 준다고 적혀있다. 말 그대로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지 필수적으로 섭취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보조 식품이지 필수 식품이 아니다. 식이로 하루 섭취량을 충당하지 못하는 비타민도 종합 비타민 한 알로 보충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비타민 알약을 안 먹는다고 해서 내 건강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삶의 질이 당장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영양섭취가 불균형한 경우엔 보조적으로 섭취하는 건 찬성이지만 지금은 없어서 못 먹는 시대는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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