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다짐

by 돌돌이

2021년 새해를 맞이해서 새해 다짐을 하지 않기로 했다. 37번째 맞는 새해에 근엄하고 무자비한 다짐을 지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왕 못 지키는 거 약속의 바운더리를 낮추고 지킬 수 있는 범위를 산정하기로 한 거다. 대신 최대한 하는 방향(?)이라는 이상한 논리를 적용시키기로 했다. 글을 매일 하루씩 강제적으로 쓴다는 목표가 아니라, 최대한 쓸 수 있을 때 쓰기로 했다. 기승전결을 갖춰서 맵시나게 쓰진 않더라도, 시간이 나면 누워서 웹툰과 넷플릭스 보는 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가지기로 한 거다. 목표는 거창하고 높아질수록 이루기가 쉽지 않다. 우선 컴퓨터에 매일 30분씩 앉아 있는 것. 그것만으로도 글을 쓸 확률이 높아진다.


병원 이야기, 간호 이야기, 와이프 이야기, 이렇게 시시콜콜한 내 생각. 이런 주제는 매일매일 새롭게 찾을 수 있다. 와이프가 발톱을 드러낸 채 이야기할 때면 그녀가 하는 말 들은 글들의 재료가 된다. 병원에서 있었던 이야기나 간호와 관련된 이야기도 나에겐 흥미가 없지 지루한 주제 일수 있지만 글을 읽는 사람은 그렇지 않다. 세상에 당연한 건 하나도 없거니와 경계가 다른 사람의 삶은 새로움이다. 브런치의 다른 글들을 읽다 보면 다들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글을 쓰고 살아내고 있다. 재밌고 흡입력 넘치는 자극적인 주제들도 있지만, 시를 번역한다거나 동시를 올리는 사람들의 글들도 좋다. 웹툰을 재밌게 보고 누워서 핸드폰 게임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 여유 있는 과정과 휴식의 시간이 날 지탱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나름 창조의 과정이기 때문에 마냥 편한 건 아니지만 올해는 더 시간을 할애하겠다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1월의 단기 계획은 이러하다.


1. 최대한 글 자주 쓰기(시간이 남는 주말은 꼭)

2. 무라카미 하루키의 장편소설 1Q84 3권 읽기(당근 마켓에 세 싸게 구매했음)

3. 시계 멈추지 않게 하기(움직이 없거나 밥을 주지 않으면 멈추는 것이 오토매틱 시계의 단점이다)

4. 스타벅스 다이어리에 내가 뭘 했었는지 기록하기(당근 마켓에서 비싸게 구매했음)


글은 앞서 이야기했고 당근 마켓에서 산 하루키의 책은 새 책과 다름없다. 3권에 만 원이라는 제목에 충동적으로 구매했다. 독서의 장점은 한 페이지만 읽어도 잠이 온다는 거다. 만약 내가 낮잠을 잤거나 그날 잠이 안 온다면? 지리한 책 한 권이면 10분 컷이다. 군대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많이 읽었다. 그때의 충만한 감수성은 아니겠지만 멀리서 시선을 두며 시니컬하게 서평 쓰듯이 읽지는 않을 거다. 시계는 병원에 차고 가면 더럽힘을 당하기 때문에 출퇴근에 차거나, 집에 와서 차야 한다. 그래서 오토매틱 시계 보관함을 구입했다. 마지막으로 다이어리는 감정적인 변화나 느낌을 적지 않고 그날에 먹었던(?) 음식과 이벤트 위주로 적고자 한다. 다이어리를 쓰는 일 자체가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고, 그날의 감정을 기록한 것을 와이프한테 들키는 것도 민망하다.


새해에는 꼭, 해야지! 란 의지 표명보단 핸드폰을 덜 보고 누워서 뒹굴뒹굴하는 시간을 조금 더 줄이도록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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