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고양이를 기른 적이 있었다. 주택에서 자취를 할 때였는데, 분양받아온 뱅갈고양이 수리였다. 거제시까지 가서 분양받아 왔는데, 주인이 합사를 했다는 사실을 분양하고 나서야 알려 주었다. 이 사실을 알았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그래도 수리는 나와 함께 했을거다. 아무튼, 초보 집사가 새끼 고양이를 2마리 포함한 총 3마리의 고양이를 기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수리가 처음 집에 도착한 날을 제외하고, 이후엔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영역을 확고히 했다. 특히 침대 오른쪽 한편에 자신의 수면 자리를 만들고서 시간을 보냈다. 출산이 임박했을 때, 밤새 끙끙거리며 새끼를 낳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수리의 모습. 새끼를 낳고 나서 처음 그루밍을 해주던 수리의 표정이 떠오른다. 2년이라는 짧은 묘생에 엄마 역할은 분명 처음이었을 테지만, 아마추어의 느낌은 없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직접 아기 냥이들을 돌보았고 밥 먹는 법부터 그루밍하는 법. 화장실을 사용하여 용변을 보는 법까지 직접 가르쳐 주었다.
뱅갈고양이는 다른 고양이 비해 활동량도 많거니와 놀아주지 않으면 밤새 우다닥 거리며 잠을 깨운다. 성묘도 그럴진대 아깽이들은 오죽했을까? 6개월간 전쟁터 같은 시간을 나와 함께 한 아깽이들은 새로운 가정을 찾아 떠났다. 오누이를 둘 다 함께 키울 거라는 다짐과, 중성화를 꼭 할 거라는 약속을 받고 입양을 보낸 것이다. 아깽이들을 보낸 날, 수리는 한참을 울었다. 직장을 다시 옮기고 본가로 들어갈 때에 수리를 함께 데리고 가려 했지만, 어머니는 심각한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었다. 어머니께선 자취했었던 2년 동안, 내가 살던 집에 와본 적이 없었다. 그만큼 고양이와 한 공간에 있어도 심각하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켰고 수리는 함께 할 수 없었다. 중성화를 한 수리는 원래 주인에게 다시 갔다. 난 고양이를 기를 자격이 없었다. 무책임하게 수리를 다시 보냈기 때문이다. 비용 문제를 떠나서 수리를 배신한 것이다. 수리는 날 먼저 배신하지 않았다. 반려동물이 인간을 배신하지 않는다. 인간이 버리고 상처를 줄 뿐이지.
지금은 독립을 해서 내가 가장이고 책임질 와이프와 뱃속의 아이가 있다. 그리고 거북이 두 마리가 함께 하고 있는 이 집에서 고양이가 있다면, 그 착하고 똑똑하던 수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은 원래 주인에게 가서 이쁜 미모를 다시 뽐내고 있다. 살도 더 올랐고 여전히 하악질한번 하지 않는단다. 2년 동안 단 한 번도 물지 않고 할퀸 적도 없던 착한 수리를 배신한 뒤로 고양이를 분양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고양이를 사랑하는 나에게 수많은 유튜브의 고양이 채널은 나를 다시 집사의 길로 돌아오도록 종용하고 있다. 배신자의 상처와 미안함은 지금도 남아 있기에 오늘도 유튜브만 하염없이 쳐다본다.
늘어지게 자는 수리. 자신의 지정 수면 공간이었다.
먹는 걸로 장난쳐서 좋아하는 간식을 줘도 먹지 않는 수리. 자신의 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하는 똑똑냥이었다.
수리가 그리운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