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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첫 나무 의자 만들기

by 돌돌이


일전에 했던 우리 아이 첫 나무 의자 만들기라는 프로그램을 마무리했다. 김해목재박물관에서 작가님이 준비한 도안과 재료를 가지고 아빠들이 마무리를 한 것이다. 조립과 마무리 작업을 한 것이 전부 지만, 생각보다 손도 많이 가고 시간이 걸린다. 대패로 밀고, 유리로 깎고, 본드로 메우고, 구멍을 내고, 나사를 박고, 다시 대패를 밀고, 색칠을 하고 … 이틀의 시간 동안 내가 했던 과정은 이게 전부다. 하면 할수록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결과물을 들고 아들에게 갈 생각 하니 기분이 좋다.



가구를 제작하는 일을 취미로 삼는 사람들이 있다. 이틀간의 체험 기간 동안에 그들이 나무에 빠지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무늬가 같은 나무는 없다. 나무마다 느낌도 색상도 냄새도 다르다. 단단함과 질긴 정도도 다르고 드릴을 하고 망치질을 할 때에도 소리가 다르다. 톱밥이 날리고 나무 가루가 날려도 숨이 찰정도로 먼지가 코로 넘어오지 않는다. 나무를 앞에 두고 내가 해야 할 일만 생각하니 그 어떠한 잡생각이 들지 않았다. 육아를 하고 일을 할 때마다 느끼는 우울감과 불안감이 파고들 틈은 없다. 세 시간 동안 눈앞에 있는 나무를 자르고 대패로, 사포로 갈았다. 어떠한 생각도 없이 나무만을 바라본 시간이었다.


나무는 내가 손을 본만큼 나에게 본모습을 보여 준다. 대패질이 안되어 거칠한 면은 여지없이 드러난다. 특히 칠을 하고 나면 그 흔적이 적나라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뒤늦게 본드 자국을 유리로 깎아내고 사포로 문질러서 지운다. 다시 칠을 하고 닦아 낸다. 반복되는 과정이 주는 편안함이 있다. 내가 손을 대지 않은 곳은 확연히 티가 난다. 마무리를 하지 않은 곳도, 본드자국이 그대로 남는 곳들도. 의자를 처음 본 사람은 모를 수 있지만, 그 의자를 만든 사람은 알게 된다. 자신을 속일 수 없다는 사실을.



의자를 바라보니 괜히 눈물이 난다. 누군가를 생각하며 만드는 행위는 충만감을 준다. 온전히 아들을 위해서 내 시간과 정성을 쏟은 것이다. 아들이 좋아할 모습을 생각해 보았다. 너만을 위한 의자라니.



p.s - 소파대신 의자에 앉아 있는 너. 고마워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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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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