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 tube

by 돌돌이

신규 간호사 선생님과 같이 내시경을 하고 있는데 나를 찾는 소리가 들린다.


[oo선생님, LI 환자 ligation 한다는데 선생님이 가봐야 할거 같습니다.]

[담당 간호사 있는데 굳이 뭐 제가 갈 필요 있을까요?]

[bleeding(출혈) risk가 있어서 교수님이 위에 선생님 찾으셔서요.]


이전에 ligation을 두 차례 시행했고 시행한 자리 주변에서 출혈을 했다가 멎은 흔적이 있었다. post banding ulcer가 주변 혈관을 자극해서 출혈이 생긴 것 같았다. 문제는 다시 ligation을 해도 그곳을 잡기는 어려울 테고 그와 인접한 Collateral vessel에서도 출혈을 했다가 멈춘 흔적이 보였다. 이래나 저래나 시술을 하면 출혈이 예견된 상황이었다.


[교수님 어떻게 하실 거예요?]

[oo선생님, 이게 둘 다 잡으면 베스트긴 한데, 한 군데만 잡아도 출혈이 있을 거 같거든.]

[SB-tube(Sengstaken-Blakemore tube 이하 SB -tube)가 준비되어 있으니 한번 해볼까요? 저거

scar 옆에 있는 애는 딸려오지 않을 거 같고, 맡은 편에 있는 애가 그나마 접근 가능한데, 잡고 나서 scar 쪽 출혈은 감수해야 할거 같고요.]


SB tube를 사용해 본 적이 없다는 간호사와 함께 EVL 준비를 했다. 내시경실에서는 일 년에 많아 봤자 SB-tube사용은 세네 번이 전부이다. 몇 년간 내시경 간호사 일을 해도 사용해 본 적이 없는 간호사도 많았다. ligation을 하면 혈관을 당겨서 묶는데, 당기는 중에 출혈이 생기기도 한다. 이번의 경우는 이전에 시행한 banding ulcer scar가 주변의 병변이 딸려오지 않게 해서 시술이 쉽게 진행되진 않았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출혈부위를 묶을 수 있었다. 이 정도는 예측 가능한 범위였기에 놀라지 않았지만, 담당 간호사는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혈관이 크게 찢어지지 않아서 출혈을 잡을 수 있었다. varix bleeding은 출혈량이 많고 내시경 상에서는 큰 화면에서 출혈이 보이기 때문에 시각적인 공포가 있었다.


실사를 바탕으로 구글 AI로 만든 이미지


[남은 거 어떻게 할까요 교수님?]

[반대편 건드려도 이 정도면, scar 때문에 지금 잡은 거 까지 다 풀려버릴 거 같은데.]

[SB tube는 써야 하고요, 아까 출혈량 보니 밑에 포 많이 깔아 놔야겠네요.]

[리피오돌 있죠?]

[네.]


ligation은 추가로 시행하지 않았다. 위험을 감수하는 것보단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기도 한 것이다. 다음날이 휴일이기도 했고 SB tube를 한 채로 주말을 보내는 것도 고역이었을 테니 교수님의 판단에 동의하고 시술을 마무리한 것이다. 담당 간호사에게 이야기를 건넸다.


[콘퍼런스 때 ppt 발표한 거 있어요. SB tube 사용법이요. 숙지하세요. 해보면 별거 아닌데, 안 해보면 무섭거든요. 그리고 선생님이 긴장하면 같이 일하는 시술자와 환자도 걱정합니다.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포커페이스. 오케이? 마지막으로 TIPS나 TACE같이 liver파트도 같이 공부해도 좋을 거 같습니다.]


담당 간호사는 무언가를 배우고 할 의사를 보였던 친구이기에 나도 친절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시술을 끝내고 신규간호사 선생님이 있는 곳에 갔더니 혼자서 잘하고 있었다. 역시 사람은 혼자서 해봐야 잘하는구나. 같이 검사를 하고 있던 내시경 전담 교수님이 내가 오니 이야기한다.


[oo쌤이 없으니까 신규 쌤이 더 잘하는 거 같아요. 평소에 눈치 너무 주는 거 아니야?]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는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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