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실의 직업병

by 돌돌이

직업병이란 게 있다. 표준국어 대사전에는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한 가지 직업에 오래 종사함으로써 그 직업의 특수한 조건에 의하여 생기는 병. 광부의 규소폐증, 유리 직공의 만성 기관지염 따위가 대표적이다.’ 규소폐증이나 만성 기관지염과 같이 무시무시하고 생을 위협하는 병도 있겠지만, 일을 하고 나서 생기는 불편감과 통증을 포함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내시경실 근무자들이 가지는 직업병은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우선 근골격계질환이 가장 흔하다. 허리, 손목, 어깨 부위의 통증이 많고 장시간을 서있어야 하기 때문에 하지정맥류를 비롯한 통증이 있을 수 있다. 수면내시경을 하다 보면 수검자가 움직이고 안전을 위해 힘을 줘서 잡는 경우가 많다. 그 과정에서 손목과 허리에 무리가 간다. 일당백이라는 표현은 이곳에서도 통한다. 덩치가 큰 성인 남자를 안전한 검사를 위해 힘을 줘서 잡고 나면 온몸이 쑤신다. 매일 이렇게 손목과 허리를 쓰다 보니 내시경실 식구들은 파스를 달고 산다.



대장내시경 삽입을 위해 배를 누르거나, 고정된 자세로 작업을 수행하다 보니 자세가 바르지 못해서 통증이 생긴다. 이전 기록에 삽입이 어렵다는 멘트가 적혀 있거나, 삽입시간이 10분이 넘는 수검자는 긴장하고 검사를 진행한다. 특히 교수님들은 오랜 시간 동안 내시경 스콥을 들고 시술을 하기 때문에 라운드숄더처럼 어깨가 쳐진 분들이 많고 어깨와 손목에 통증을 호소한다.


프리셉터로 일하면서 자세에 대해 이야기를 자주 한다.


[지금 배우는 자세가 선생님이 내시경실에서 일하는 자세가 됩니다. 허리, 손목, 어깨에 무리가 가지 않게 일해야 합니다. 힘들다 싶으면 무리하지 말고 도움을 요청하세요.]


근골격계질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접수나 회복실에서 일을 하다 보면 감정적인 소모를 경험한다. 나처럼 뻔뻔하게 업무적으로 대상을 대하면 이러한 감정소모가 덜하지만, 모두가 나와 같진 않다. 흔히 말하는 예민과 진상의 사이를 오가는 보호자와 수검자를 볼 때면 하루가 지치게 되고 며칠을 앓기도 한다. 진상들은 자신들의 말이 무조건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말이 통하지 않는다. 요즘은 젊은 진상도 늘어나는 추세다. 분노의 감정은 모두를 골병들게 만들지만, 화를 내지 않고선 참을 수 없기에 답답할 따름이다. 분노에 지지 않고 웃으면서 오늘도 힘내야지!







이전 06화선생님의 첫 습관은 평생을 가는 거니까 강조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