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역위증(situs inversus)

by 돌돌이

장기역위증(situs inversus)인 분이 내시경을 하러 왔다. 심장의 위치만 반대로 되어 있는 사람도 있고, 장기 전체의 위치가 반대인 사람도 있는데 나는 장기 전체의 위치가 반대인 사람만 보았다. 만 명당 한 명 꼴이니 보기가 어려운 케이스다. 내가 모르고 지나쳤을 수도 있지만 장기의 구조가 다르니 내시경을 하거나 CT를 보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서큘레이팅을 하며 검사실로 수검자를 데려가는데 그분이 이야기를 한다.


[저 심장이 반대로 되어 있습니다.]


아, 시투스 인벌수스 구나. 의학용어로 이야기하니 욕 같은 느낌이다. 로또에 당첨된 것처럼 따라 들어가서 준비를 한다. 내가 내시경실에 있으면서 시투스 인벌수스는 두 번을 봤다. 그중 한 명은 대장 용종 절제 시술을 했었는데, 구불 결장의 위치가 반대로 있었기 때문에 시술자도 당황하고 나도 배를 눌러주는데 애를 먹었다. 평소에 삽입하는 방향으로 진입하면 대장내시경이 진입이 되지 않았고 loop이 생긴다. 우리의 습관대로 환자를 보고 수검자를 대하다가 이러한 새로운 경험을 할 때면 더 성장하게 된다.



습관은 우리를 빠르고 익숙하게 만들고 새로운 환경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준다. 루틴과 벗어난 상황에 대한 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위의 구조와 방향이 다르니 위치를 명명하는 것 또한 달랐다. 우리가 흔히 알던 분문부의 방향도 다르고 유문부의 위치도 다르니 내시경 진입의 방향도 다르다. 악세서리도, 시술도 신기하거나 새로운 것을 하면 아직도 설렌다. 그러니 내시경실에 지금까지 남아 일을 하겠지?


나는 습관의 중요성을 매번 이야기한다. 내가 신규 선생님에게 입버릇 처럼 하는 말이 있다.


[저는 여기 처음 왔을 때, 조직검사를 하고 시술을 하면 일기처럼 적어 놨었거든요. 지금 보고 있는 시선이랑 스킬, 지식이 나중에 어떻게 받아 들일수 있는지 아는 게 중요한 거 같습니다. 익숙해져서 일을 더 수월하게 할 순 있지만 그렇다고 내가 일을 잘하고 내시경을 아느냐고 할 순 없거든요. 처음 습관이 어렵지, 해보면 잘해요. 선생님도 한 달 지나고 나니 이제 익숙해지잖아요. 습관을 먼저 잡고 나면 나중에 모든 게 편해요. 지금 하는 행동과 일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 보세요.]


하행결장이 왼쪽에 있지 않고 오른쪽에 있고, 십이지장의 위치도 다르다. 무엇보다 x-ray에 비치는 심장의 방향이 다르다. 그리고 CT를 볼 수도 있고 간의 모양과 위치도 비교해 본다. 내시경 전담교수도 두 번째 본 거란다. 처음에 펠로우 때 SDA를 들어가려다가 애쓰고 상처도 났단다. anatomy에 대한 지식도 없고 경험도 없었으니 장기역위증에 대한 인지도 할 수 없었을 거다. 나랑 내시경 교수가 CT를 보며 장기의 위치가 어떻게 다르고 사진도 띄워서 보고하니 신규 선생님이 멍하니 나를 본다.


[선생님, 아직 처음이어서 그런지, 사람성향 따라 다른지 모르겠지만, 저는 너무 신기해요. 내시경실에 매번 같은 시술과 검사를 하다가 이렇게 일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케이스를 보는 즐거움이 있거든요. 예전에 제가 시투스 인벌수스 환자를 M교수님이랑 시술하다가 스콥 잡느라 식겁한 거 생각하면...]


[아니. 선생님이 그렇게 이야기해도 oo선생님이 크게 와닿기나 하겠어? 또 꼰대 라떼이야기 하는구나 싶겠지. 당사자는 검진 내시경도 힘들어하는데 장기역위증 C-EMR을 이야기하니 귀에 들어오기나 하겠어?]


나는 오늘도 내가 신나서 떠들고 있었다. 신규 선생님의 마음을 알지도 못한 채 내 이야기만 주저리 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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