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일을 하는 것에 대해 신기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병원도 회사처럼 일과가 있고 시스템 안에서 체계적으로 돌아간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 다르긴 하지만, 그건 여타 서비스직과 다르지 않다. 굳이 따지자면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일한다는 점?
내시경실에서 근무를 한 적이 있다던 지인이 나에게 궁금해하며 물은 적이 있다.
[내시경실에서 잠시 일했었는데 엄청 바쁘고 힘들더라고요. 대학병원은 더 힘들지 않아요?]
그분은 검진센터에서 몇 달간 일을 했었단다. 난 검진센터의 하루를 보내본 적이 없어서 그분의 업무 환경을 알 수 없었다. 대신 반나절 정도 구경을 한 적은 있다. 병원 구경이 한때 취미였고 특히 내시경실을 자주 들여다보게 된다. 직업병 같은 걸까?
[아니에요. 검진센터 보니까 오전만 해도 7세트는 기본으로 하던데요? 수검자 넣고 빼는 거만 해도 어마어마한데 대장내시경 하고 침대 돌리고 위내시경 준비하고 스콥 옮기고 하면 더 바쁘죠.]
이 말은 그분께 립서비스로 하는 말이 아니었다. 정말로 검진센터의 검사 속도가 빠르고 업무량도 많았기 때문에 이야기한 것이다. 일사 분란하게 움직이는 그들은 하나의 기계처럼 보였다. 검진시즌엔 일이 더 많았고 수많은 수검자들이 앉아 있었지만 금방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내가 일하고 있는 병원도, 다른 병원들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꾸려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하나 된 움직임에 감동을 받았다. 누구 하나 꾀부리지 않고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예전에 같이 일했던 펠로우 선생님이 검진센터에서 일한다길래 잠시 들른 적이 있다.
[검진센터 엄청 바쁘다는데 속도 괜찮아요?]
[선생님. 오히려 노말 한 분들 검진만 하니 빨리 할 수 있어요. 거기처럼 힘든 케이스는 안 해요. 그리고 colon(대장)도 insertion(삽입)이 안되거나 어려우면 안 합니다. 못한다기보단 안전 문제도 있고 시간문제도 있고 해서 무리하지 않는 거죠. 온 김에 배 누르는 거랑 스네어 잡는 법 좀 티칭 해주고 가세요.]
[남의 살림에 이래라저래라 하면 안 됩니다. 선생님. 아니다. ooo과장님으로 불러드려야죠. 병원에 붙어있는 사진 잘 봤습니다.]
종종 로컬 병원에서 대장삽입에 실패했다는 분들이나 대장에 용종을 제거하지 못해 보낸 사람들을 시술하다 보면 어리둥절한다. 장에 탄력성이 없고 대장의 각이 예각으로 되어 있긴 하지만 못할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로컬병원은 시간과의 싸움을 한다. 그렇기에 수가를 받을 수 있는 용종개수를 넘어서 제거하진 않는다. 여기는 20개, 30개도 제거한다. 환자에게 부담이 갈 것 같으면 나눠서 시도할 때도 있긴 하지만.
나는 검진센터에서 감동을 받았다. 우선 침대가 들어가고 빠지는 속도에 감동했다. 감동까지 할 일이냐고 물을 수도 있다. 동종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그들의 속도가 경이롭게 느껴진다. 나도 손, 발 빠른 걸로는 자부하는 편이지만, 2명이 한 몸처럼 처리해 나가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대학병원 시스템상, 마냥 일반 검사만 하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 증상이 있고 중증인 사람들을 하기 때문에 검진속도를 낼 순 없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검진을 위해 불필요한 것을 배제하고 집중하는 모습이 좋았다. 병원에 들어와서 단 1분의 허비도 없이 검사와 진료를 진행하는 것이다. 꼼꼼하게 오래 보는 것이 좋지만, 정도관리를 하며 주어진 루틴을 지켜서 일하는 것도 중요하다. 빨리 한다고 해서 검사의 질이 떨어지는 건 아니니까.
p.s - 한동안 안 했던 병원 구경 좀 다녀야지.